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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있는 성경 연구와 설교 준비가 필요한 할 일 많은 목회자들을 위한 최신 필수 도구(정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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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모세

『IVP 성경비평주석 신약』존 M.G. 바클레이, 리처드 보컴, 스캇 맥나이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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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우, 목회자들의 가장 큰 과제는 ‘설교’다. 또한 설교 외에도 교회에서 진행되는 여러 가지 일들도 결국은 성경 해석이 그 토대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목회자들이 수시로 성경 본문과 씨름해야 하기에 그 분투를 도와줄 여러 적실한 도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고, 그래서 많은 이들이 절실하게 그 도구들을 찾는다. 그러한 도구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주석서다. 기본적으로는 성경 해석자가 직접 본문 자체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묵상하는 것이 중심이 되어야 하지만, 그 작업을 돕기 위한 다양한 주석서들이 존재한다.

 

먼저, 성경 각 권에 대해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접근하는 아주 다양한 분량의 각 권 주석서들이 있다. 이 경우 성경 각 권을 깊이 있게 다루는 것이 목표이고, 또 그럴 만한 지면도 충분히 허락되어 있기에, 개론적인 상세한 설명에 이어, 성경 본문의 원어, 문학적 구조, 신학적 맥락과 이슈 등등을 구절구절 별로 다루는 주해가 상당히 길게 담겨 있다. 알다시피, 이 경우 그 장점은 또한 단점이 된다. 분량이 너무 많고, 서술이 너무 세세해서, 그 설명을 따라가기 힘들 뿐 아니라, 정작 그 세부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본문 전체의 요지와 의미를 놓치기 쉽다. 긴급하게 활용하기에는 이 주석서의 본문을 따라가는 것만도 쉽지 않은 과제가 된다.

 

또는 스터디 바이블에서 단권 주석에 이르는, 성경 본문을 크게 그 윤곽을 신속하게 파악하게 도와주는 방식의 주석서들이 있다. 해당 본문의 요지는 무엇인지, 어떤 문맥 속에 있는지 큰 흐름을 간편하게 살펴보도록 도움을 준다. 다만 많은 목회자들이 느끼듯이, 이런 종류의 주석들은 깊이 있는 분석이나 성서학적 논의가 부족하고, 많은 독자가 기존에 이미 알고 있는 정보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좀더 깊이 있게 본문에 접근하도록 해 줄 통찰들과 연구들을 만나기 원하고, 여러 성서학적 논의들이 최근에는 어떻게 정리되고 있는지 정보를 얻기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여러 점에서 이러한 간단한 본문 설명들이 아쉬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IVP 성경비평주석 신약>은 단권 주석 특유의 간략한 압축적 해설로 부담스럽지 않게 그 내용을 살펴볼 수 있을뿐더러, 성경 각 권 별로 존 바클레이, 앤터니 티슬턴 등등의 최고 수준의 학자가 최근까지의 성서학 연구 결과를 토대로 얻는 통찰들을 가지고 본문의 숲을 그려 주고 있어서, 기존의 다른 주석서들이 지니지 못한 색다른 유용성을 제공해 준다. 예를 들어, <IVP 성경주석>이나 <IVP 성경배경주석>을 이미 소장하고 잘 활용하는 독자들이라고 할지라도, 이 단권 주석서를 함께 참조한다면 본문에 대한, 즉 그 논점과 이슈에 대한 최신의 통찰들을 활용하여 성경 본문에 좀더 깊이 있게 들어갈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한 예로, 요한복음을 맡은 마틴 스콧은 요한복음 전체를 ‘지혜 문헌’ 전통의 ‘소피아’ 이해의 맥락에서 주해하고 있는데, 여러 지점에서 상당히 신선하고 설득력 있는 본문 이해를 제공한다. 실용성과 학문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시도하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특히 이 책에는 성경 각 권의 주석뿐 아니라, 신약성경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배경 지식인, 신약 전승사에 대한 개론적 글들과, 복음서나 서신서의 장르적 특징들뿐 아니라 신약 외경, 사해 사본의 이해를 도울 글들도 담겨 있다. 신약의 책들을 이해하기 위해 최소한 알아야 할 업데이트 된 정보들을 탁월하게 정리하고 있어서, 신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또 그 이후의 추가된 통찰들과 접근 방식들에 대해서 이해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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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에 담겨 있는 ‘비평’이라는 단어는 부연 설명이 좀 필요할 수 있다. 이 ‘비평’이라는 단어는 성경을 권위를 무시하거나 내용을 비판한다는 뜻이 아니라, 성경을 깊이 있게 학문적으로 주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단권 주석의 가장 큰 특징을 잘 보여 주는 단어여서, 이 책의 제목에 포함되었다. 한 추천사에 언급되었듯이, 이 책은 어쩌면 1935년에 한국 개신교 50주년을 맞아 출간된 <아빙돈 성경 주석> 논쟁의 상처와 혼란을 딛고, 이제 한국의 복음주의 기독교가 좀더 성숙하고 학문적인 논의를 수용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지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교회의 강단과 사역이 좀더 풍성해지고, 꼭 필요한 변화의 열매를 거두는 데 이 책이 잘 활용되면 좋겠다.





정모세

믿고 행동하는 삶을 꿈꾼다. IVP 대표로, 함께여는교회 협동목사로 일한다.                                                                                                                                                                                                                                                                                                                                 

*이 글은 성결교단 잡지인 <활천>(2021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활천'의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 


 


IVP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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