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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P 성경비평주석 신약』 이용기(송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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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진리

『IVP 성경비평주석 신약』존 M.G. 바클레이, 리처드 보컴, 스캇 맥나이트 지음


* "IVP 독.서.단! Season 7" <나의 비평주석 활용기>에 우수 서평으로 선정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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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rdmans Commentary on the Bible: New Testament



성경을 접하고 더 깊이 알고 싶은 마음이 커져 갈수록, 성경책만 보아서는 말씀의 뜻을 헤아리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신학을 공부하지 않은 선교단체 간사로 학생들에게 성경을 가지고 메시지를 전하거나 함께 공부를 해야 할 때면, 어떤 책을 참고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마침 이번에 IVP 독서단에 선정되어 『IVP 성경비평주석 신약』을 받게 되었고, 이번 학기에 제가 맡은 소그룹 학생들과 성경 공부를 준비하며 비평주석 이용기를 적어 보았습니다.


“이들 텍스트는 우리에게 낯선 사람과 공간을 말하고, 가끔 우리 시대를 벗어나는 가정을 포함한다.”

-조엘 그린, “신약 전승에 대한 해석학적 접근”, p. 71

성경이 던지는 메시지를 오늘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이번 학기, 함께 고린도전서를 읽고 있는 저와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린도전서는 편지입니다. 또한 고대 지중해의 도시 중 하나인 ‘고린도’에 위치한 가정 교회들을 위해 쓰였습니다. 고린도는 어떤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가진 도시일까요? 그곳엔 어떤 민족의 사람들이 살아갈까요?

 

모임을 준비하던 초창기, 앞에 인용한 조엘 그린의 이야기처럼, 당시와 지금의 간극을 좁혀 보고자 여러 노력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학교 중앙도서관에서 두꺼운 주석 책 5권을 쌓아 놓고 동일한 본문을 다루는 페이지를 찾아 읽어 보던 기억도 납니다. 그 과정을 거치며 제게 든 생각은 ‘길을 잃었다’였습니다.

 

해석을 풍성하게 도와줄 자료들을 열심히 찾다가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석을 돕는 자료들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오히려 본문을 파편화시키게 됩니다. 또한 본문 전반을 유기적으로 읽고 파악해야, 해석하는 과정에서 길을 잃지 않고 결국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놓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IVP 성경비평주석 신약』을 활용하며 이러한 고민에 대해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고린도전서 주석은 크게 네 가지 쟁점으로 주요 논의들을 정리하고 있고, 본문에 들어가기 전 각 논의들을 한번 훑어보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고린도전서 8장에서 음식 규범을 다루는 본문으로 공부 모임을 준비했는데, ‘음식 규범’에 대한 논의 앞에 ‘제의적 징계와 교회의 거룩함’이란 제목으로 논의의 한 축인 8:1부터 11:1까지의 전체 흐름이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고린도전서 6:9에서 성적 비행과 우상 숭배가 나란히 놓여 있고, 성적 비행을 다룬 두 번째 논의 이후 세 번째 논의인 이 본문은 ‘우상 숭배’를 다루며, 이는 종교적 다원주의에 물든 이교도 환경에서 어떻게 하나님 백성이 될 것인가 하는 중요한 질문과 이어집니다. 그리스도인이 되기로 한 이들에게 분리/동화는 중요한 문제가 되지요. 또한 우상 숭배 역시 고린도 공동체에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앞서서 파벌주의와 분파적 태도를 경고한 바울의 논지 위에 놓입니다. 고린도 교회 안에는 유대인과 이방인, 더 나아가 약한 자와 강한 자가 섞여 있으며, 서로 공동체 안에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처럼 다양성을 보이는 그룹 안에서 개인의 권리를 책임감 있게 행사하는 것은 무엇인지 하는 질문과도 연결됩니다.

 

제게는 이 부분이 굉장히 유익했는데,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편지를 보낸 전체 목적에서 이 본문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또한 앞에서 살펴본 논의인 성적 음행이 어떻게 이 세 번째 본문인 음식 규범과 이어지는지 알려 주기 때문이었습니다. 각 논의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후의 논의를 탄탄하게 하는지를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장에는 전체 상황과 바울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음식 규범의 내용을 요약해 보면, 성령께서 주신 지혜를 가진 자들(강한 자)이 이방 신에게 바친 고기를 먹는 행사에 참여했고 양심이 약하여진 자들(약한 자)에게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바울은 명백한 우상 숭배의 상황에서 우상의 고기를 먹는 것을 금지하지만, 우상 숭배와 의도적 연관성이 부각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자유를 허락합니다.

 

이렇게 전체 구성이 눈앞에 그려진 후에는, 길을 잃지 않고, 학생들에게 더 많은 것들을 알려 주고자 파묻혔던 자료들 사이로 길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루살렘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된 우상에게 바쳐진 것을 삼가야 하는 규정과 고린도의 중앙 시장에서 고기가 공급되는 과정에 담긴 맥락들과 같은 자료들을 다른 책에서 찾아 덧붙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본문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파악하는 단계를 구성해 보았습니다. 이 과정도 쟁점 요약 파트에서 던져지는 질문들이 굉장히 유용했습니다. 그리스도 공동체와 세상의 동화/분리에 관한 쟁점과, 공동체 내의 약한 자와 강한 자 쟁점, 마지막으로 공동체 내에서 책임감 있는 개인의 선택들에 대한 질문들은 시대를 관통하여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하며,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상황들에서 이 질문이 어떻게 녹아들지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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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책을 제공해주신 IVP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성경 공부나 모임 준비에 자주 활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IVP 202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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