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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역사 속에서 그리스도인 됨의 의미를 찾아가는 대장정(정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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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정모세

책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제임스 휴스턴, 옌스 치머만 지음

 


정체성이란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몸에 배어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때로 우리는 특별한 정체성 없이 당대의 거센 시대 흐름에 휘말려 살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정체성은 변한다. 내가 똑같은 이름으로 지칭되더라도, 그에 대한 자기 인식은 시간에 따라, 즉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변한다. 그래서 우리는 거울을 가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겉모습이야 거울을 들여다보면 되겠지만, ‘내가 누구인가’, 특히 그리스도인으로서 나는 누구인가하는 정체성 질문과 관련해서는 세면대 위의 거울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그 질문을 가지고 성경을 읽고 예배를 하고 교회로 모인다. 설교 시간에 계속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풀이해 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래서 당신은 누구인지 말해 주는 내용이다. 그리고 여기에 그 성찰을 위한 품질 좋은 거울이 되어 줄 책이 한 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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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생생하게 마주하는 탐험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성경과 교회사 속의 인물들이 자신을 신앙인으로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추적해 가는 대장정이다. 구약의 아브라함부터 시작해 신약 시대의 사도들을 거쳐서, 순교자 유스티누스나 크리소스토모스 같은 초기 교회 교부들을 살피고, 좀더 낯선 중세의 인물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종교개혁 시대의 루터, 칼뱅, 모어 등을 아우르고, 근대를 살았던 버니언이나 에드워즈, 파스칼을 지나, 거의 동시대적 인물들인 20세기의 키르케고르, 바르트, 루이스, 엘륄까지 총 42명의 인물을 다룬다.


42명의 학자가 자신의 전문 분야에 속하는 인물들을 하나씩 맡아서, 그 시대 배경 속에서 그들이 그리고 어떻게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했는지를 밝혀낸다. 학자들답게 방대한 연구 결과에 근거하면서도, 잘 정리된 서술로 해당 인물이 지닌 그리스도인 정체성의 특이점들을 집어낸다. 그것은 시대와 개인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그들 모두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이고 지칭되듯) 공통점도 있다. 또한 복음뿐 아니라 앞서 살아간 이들의 삶이 후대 인물들에게 영향을 주었음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


저자들이 제공하는 수많은 유익한 지식들을 향유하는 사이에 그리스도인 정체성의 공통점과 개별성을 발견해 가면서, 독자들은 어느 순간 그래서 너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누구인가 하는 질문을 받고, 또한 우리 자신의 이 시대는 어떤 시대이며 그 속에서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무엇인가를 자연스럽게 성찰하게 된다. 책에 소개되는 인물들이 자신의 시대 속에서 신앙을 가지고 고민하고 분투하며 삶을 살았듯이, 일제 식민지 지배와 압축 근대화를 겪은 한국의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신자유주의 정세 속에서, 교회의 폭발적 성장 이후 계속되는 교세 축소와 오늘날 기독교를 향해 던져지는 수많은 질문과 과제 앞에서 과연 어떻게 그리스도인으로서 이웃과 함께 살아야 하는가? 이 책은 이런 질문들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하고, 또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수많은 근거와 실마리들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본회퍼를 다루는 저자인 옌스 치머만은, 독일 나치 정권 아래 감옥에 갇힌 채로 이전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들을 박탈당한 상황에서, 본회퍼가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했으며 올바른 일을 위해 투신할 수 있었는지를 추적해 간다. 치머만은 본회퍼의 고뇌와 분투를 그가 남긴 기록과 폴 리쾨르의 철학을 통해 분석한다. 이를 통해 참된 자기성은 윤리적인 것이고 그 본질은 책임으로 나타나는 타자와 우리의 관계이며, “이 타자가 다른 이의 생명과 세상의 구속을 위해 자기를 내어 주신 살아 계신 하나님일 때만, 진정한 자유와 윤리적 행위의 원천인 통합된 자기를 찾을 수 있다는 본회퍼의 결론을 설득력 있게 제시함으로써, 역시 복잡다단한 상황을 살아가는 우리가 자기 자신의 길을 찾을 지혜를 얻도록 도움을 제공한다.


실제로 풍성한 물고기를 제공하는 이 책에서 가장 가치 있는 점은 어쩌면, 단지 독자들에게 그것을 섭취하고 영양을 공급받도록 제공할 뿐 아니라, 동시에 물고기를 낚는 것자체를 생각하게 하고, 그 방법을 배워서 실제로 물고기를 낚게 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계속해서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구체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서 나 자신의 정체성의 근거는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또 그렇게 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오늘날도 시대의 압박은 녹록하지 않고 이미 그리스도인들도 동시대 문화에 녹아들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실제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생각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이때에, 이 책은 각자 그 일을 시도하라고, 그리고 교회가 그 일을 해내야 한다고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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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역사 속에 나타난 기독교적 자아의 원천들



우리의 남은 여정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비록 마지막 장에서 아프리카의 그리스도인들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전체적으로는 서구 중심의 서술이라는 점이다. 한국에 사는 우리가 자신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이 책 자체가 잘 보여 주듯이 우리의 역사적·문화적·교회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는 이미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하고 있는 일이자, 계속 해내야 할 일일 것이다.





정모세

믿고 행동하는 삶을 꿈꾼다. IVP 대표로, 함께여는교회 협동목사로 일한다. 


 


IVP 202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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