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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욥을 만나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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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욥기의 중심 주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하나님은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간은 하나님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이것이 욥기의 중심 주제입니다. 다시 말해, 욥기는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재설정합니다. 우주적이고 초월적인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하나님의 임의성과 주권을 욥기는 증언합니다. 물론 욥기는 한 가지 주제에만 집중되지는 않습니다. 욥기는 고통 받는 이들의 신음, 사회 정의를 요구하는 호소, 위선적 종교에 갇힌 인간들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냅니다. 욥기에는 정의라는 용어가 자주 나옵니다. 하지만 욥기에 나오는 정의는 인간의 용어이지 결코 신의 용어가 아닙니다. 하나님께 해당하는 용어가 아니란 뜻에서 그렇습니다. 인간은 하나님을 자신들이 만들어 낸 정의에 종속시키려 하지만, 하나님은 그런 인간의 용어에 결코 종속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정의보다 훨씬 크십니다. 이 핵심 메시지가 욥기의 다이얼로그에 잘 드러납니다.

 

<특강 욥기>는 기존 욥기 이해 및 연구에 어떤 기여를 하나요?

저는 이번 책에서 최근 2,30년간의 욥기 연구들의 성과를 최대한 반영하려고 했습니다. 물론 독자들의 접근성을 고려해 학술적인 분량을 조정했지만, 욥기에 관한 새로운 학문적 관점을 최대한 한국에 소개하고 하려고 했습니다. 기존 연구에 장점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번역서를 포함한 기존 욥기 연구서들과 설교에 나타난 욥기 이해는 아직까지 편향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에 머물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특강 욥기>는 학자들과 설교자들, 일반 신자들의 필요를 충분히 채워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특강 욥기>는 구약성경에서 욥기가 어떠한 신학적 위치에 있는지를 소개해 주려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정통적인 언약 신학적 개념을 넘어서는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신학적 평가나, 지혜문학 내에서 욥기가 차지하는 위치, 그리고 오경과 신명기 역사관에서 예언서와 욥기가 어떤 관계인지에 관한 연구들 같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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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and His Family, William Blake(사진 위키미디어) 
 


욥기 또는 지혜문학과 복음과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소위 성경을 구속사적으로,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확신하는 분들과 달리 욥기와 복음과의 연결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둘을 연결시킬 수 있는 몇 가지 지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칼 바르트가 지적했듯이 욥은 그리스도 예수의 고난의 증언자로 생각할 수 있고, 욥의 무고한 고통은 그리스도의 고통으로 치환시켜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고난 당하는 메시야에 대한 예언으로 이해되는 이사야 53장의 고난 받는 종 이미지가 욥이라는 인물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인데, 이 부분에 대한 연구 결과도 오래전에 발표되어 왔습니다.

 

욥기와 지혜문학을 지나치게 구속사적으로 해석할 때 무리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욥기 역시 구속사적 연계성이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예를 들면, 레오 퍼듀(Leo Perdue)가 주장하듯이 포로 후기의 정황을 욥기와 병치시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예레미야와 예레미야 애가의 신학이 이것의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네요. 시온은 망하지 않는다는 생각. 여호와의 백성들은 아무리 우상숭배를 했더라도 금수만도 못한 이방인보다는 낫다는 생각. 하나님은 언제나 이스라엘 편이라는 생각, 그러니까 어떠한 상황에도 시온, 곧 예루살렘은 멸망하지 않는다라는 시온 신학을 신념화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그들의 믿음이 철저히 무너진 상황을 애가는 우리에게 기록으로 들려줍니다. 이는 911 테러를 당했을 때 미국인들이 경험했던 것보다 훨씬 충격적인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 줍니다. 그래서 예언자들은 하나님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부르짖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지역 신이 아니라 모든 열방의 신이시다는 생각이 이사야 40장 이후에 특히 부각됩니다. 욥 친구들의 하나님 이해는 신명기적 패러다임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친구들은 하나님은 절대 자신의 원칙, 모세의 언약과 유사한 법칙을 깨지 않으신다고 강변합니다. 욥은 하나님이 그런 언약적 기반을 넘어서는 다른 원칙과 생각을 가진 분으로 봅니다. 고통은 반드시 죄의 결과가 아니라 어떤 과정의 일부분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사야 53장에 나타난 고통의 문제도 여호와의 거대한 목적 중 하나로, 정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고통의 다른 측면을 크게 부각합니다. 결국, 구속사와 무관하게 보이지만 그 이면의 사상은 포로 후기의 그런 급변하는 정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박사님의 전문 분야인 ‘상호본문성’, ‘성경 내 주해’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욥기를 해석하는 데 제가 주로 사용한 성경 해석 방법론인 상호본문성(intertextuality)은 가장 최근 성서학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해석 방법 중 하나입니다. 본문상호연관성이라고도 불리는 이 해석 방법론은 하나의 성경 텍스트는 그 텍스트와 관련된 사회적, 문화적 텍스트 배경과 함께 해석돼야 함을 강조합니다. 저는 욥기를 주로 토라, 토빗, 이사야, 70인역과 관련해 연구했습니다. 이 해석 방법은 크게 저자 중심 접근법과 독자 중심 접근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저자 중심 접근법은 성경이 저술될 당시에 공유된 이스라엘 사회의 내부와 외부의 다양한 성경 텍스트를 연관하여 읽는 것을 말합니다. 독자 중심 접근법은 텍스트가 형성된 전후 독자로 어떠한 상호 영향성과 의존성의 관계에서 텍스트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다른 역사적 시점에서 여러 텍스트들이 각각 다른 공동체 속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해석되고 전달되었는지를 연구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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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 욥기> 외에 욥기 이해에 도움이 될 주석이나 강해가 있을까요. 

영국 쉐필드 대학 성서학 교수인 데이비드 클라인스(David Clines)가 WBC 시리즈 중 3권으로 쓴 욥기 주석이 있습니다. 한국어 번역본으로도 나온 것으로 압니다. 조금 어렵긴 하지만, 이 책은 현재 출간된 욥기 주석 중 단연 최고입니다. 이스라엘 유대교 학자 에드워드 그린스타인(Edward Greenstein)과 미국의 위스콘신 대학의 마이클 폭스가 각각 주석서를 쓰고 있는데, 이 책들이 나오면 욥기 연구에 커다란 공헌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그 밖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축약본으로 제임스 크렌쇼우와 윌리엄 와이브레이가 쓴 단권 욥기 해설서도 좋습니다. 국내 욥기 연구서를 포함해 다른 주석과 연구서에 대한 정보는 <특강 욥기>를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국내 목회자의 욥기 강해서로는 박영선 목사님의 저술이 눈에 띕니다. 설교집으로는 드물게 욥기 본문을 제법 깊이 해석하고, 그리스도인의 삶에 관한 통찰력 있는 적용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하지만 여러 해석적 논점, 특히 모순된 정의의 담화로서 욥기의 특징을 읽어 내지 못함으로써 욥기의 신학적 난점들을 제대로 다루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큽니다. 복음주의 신학자인 데이비드 앗킨슨(David Atkinson)이 쓴 <BST 욥기>도 균형 잡힌 강해를 원하시는 싶은 분들에게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저는 스위스 로잔 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스위스 국립과학재단의 후원으로 제2성전기의 토라와 지혜문학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욥기 이외에도 올 여름 EABS/ISDCL 같은 학회들과 미국 덴버에서 열리는 Annual SBL에 참여해 지혜문학 전반에 걸친 학문적 논의들을 진행하고, 특히 1-2세기 집회서와 외경 및 쿰란 지혜서들에 관한 연구를 할 계획입니다. 특히 2020년 3월에는 로잔 대학교에서 “지혜와 토라”라는 주제로 토마스 뢰머(Thomas Römer)와 함께 국제 학회를 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출간과 관련해서는 한국 교회 내의 혐오의 기원과 현상들을 분석하는 저술을 준비 중이고, <특강 욥기> 같이 전도서에 관한 책도 IVP와 논의하고 있습니다. 저와 관련된 학문적 논의들은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링크를 클릭하면 해당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https://kbw.academia.edu/JiSeongKwon)

IVP 2019-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