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폭력, 우리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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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인 스토키『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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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11월 25일, 도미니카공화국에 있는 사탕수수 밭에서 세자매가 잔인하게 암살당했다. 그들은 고문당하고, 목이 졸렸으며, 몽둥이에 맞아 죽었다. 이들은 미라발(Mirabal) 집안의 네 자매 중 셋으로, 여러 해 동안 도미니카의 악명 높은 독재자 라파엘 트루히요(Rafael Trujillo)의 부패와 불의에 항의해 왔다. 트루히요의 잔인한 독재 정권은 5만 명이 넘는 자국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이 여성들은 이러한 정권에 대항해 끈질기게 저항했다. 그들의 남편들도 정치적 항거를 하다가 투옥되었고, 교도소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밤, 세 자매가 남편들이 갇힌 격리 교도소를 방문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외진 산길에서 누군가가 그들의 지프차를 가로막았다. 그들은 차에서 끌어내려져 외딴 밭으로 끌려가 그곳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그리고 그들의 시신은 그들이 타고 온 지프차에 실린 채 낭떠러지 아래로 던져졌다. 사고로 위장하기 위해서였지만, 아무도 속지 않았다. 이미 트루히요와 마찰을 일으키고 있던 도미니카 가톨릭 교회는 분노했고, 이어 국제적 규탄이 일었다. 독재자는 통치력을 상실했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아서 그의 정권은 끝이 났으며 그도 암살당했다.
그로부터 거의 40년이 흐른 1999년, 도미니카공화국의 대표자 한 사람이 11월 25일을 국제 사회가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날’(International Day for the Elimination of Violence against Women)로 기억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유엔 총회에 제출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날을 기억하고 있었고, 이제는 유엔의 차례라는 것이다. 결의안은 채택되었다. 미라발 자매들의 용기는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그들이 당한 폭력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모든 폭력의 표지이자 그러한 폭력이 근절되어야 한다는 요청이 될 것이다. 사악한 독재자에 대항한 용감한 가톨릭 여성 넷의 항거로 시작된 일이 이제 독재자―그 독재가 정치적이건, 군사적이건, 경제적이건, 구조적이건, 가정적이건―의 손에 고통받는 전 세계 여성들을 위한 정의의 외침이 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역설이 있다. 미라발 자매들은 연줄이 있었고, 고등 교육을 받았고, 언변이 유창했으며, 인기와 영향력이 있었다. 그들은 한때 엘리트 그룹에 속했고, 공적 영역에서 활동하는 주목받는 여성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가족이 당한 불의는 쉽게 눈에 띄었고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들이 당한 살인은 면밀하게 조사가 이루어졌고 그 여파도 컸다. 그러나 그들과 같은 운명에 처한 여성들 중에서 그들과 같은 지위를 누리는 여성은 많지 않다. 신원도 확인할 수 없고,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으며, 눈에 띄지도 않은 채 정상성이라는 얇은 막에 가려져 외면당하거나, 홀로 고통당하는 여성이 훨씬 더 많다. 이들의 죽음은 신문에 실리지도 못하며, 이름도 알려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늘 존재하며 그 수가 어머어마하게 많다.
통계가 우리에게 여실히 보여 주듯, 전 세계에서 15-44세의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으로 말미암은 죽음, 장애, 신체 훼손은 암, 말라리아,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를 모두 합한 것보다도 많다. 이러한 규모의 폭력은 사회와 문화 그 자체 안에 어떤 식으로든 구조화되어 있지 않다면 존재할 수 없다. 여성의 가치에 대한 뿌리 깊은 전제 혹은 권력 사용에 대한 어떤 정당화가 이를 뒷받침하지 않는 한 지속될 수 없다. 많은 문화에서 이러한 전제들은 여성에 대한 법적 보호가 부재한 가운데, 혹은 인권 이슈에 대한 무관심 속에 날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전제는 비록 닫힌 문 뒤에 은밀하게 가려져 있지만 여전히 강력하고 유효하다. 이는 민주주의가 발달하여 여성이 공적 생활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회에서조차 발생하는 가정 폭력과 성폭력의 수준을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인간 사회는 동물 사회보다 더 심한 여성에 대한 반감과 폭력을 용인하는가? 여성에 대한 강간, 구타, 절단, 추행, 영아 살해, 인신매매, 신부 불태우기, 아동 성매매, 성노예를 정상으로 여기는 일부 문화와 전통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우리가 찾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야심 찬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려면 우리가 상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 책이 이러한 탐구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아프리카에서 전쟁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가슴 찢어지는 아픔을 만나고 나서 이 책을 쓰기 시작한 지 8년이 지났다. 우리가 대면하는 권력은 파괴적 권력이라는 나의 확신은 그 사이에 더 커졌다. 너무도 많은 여성을 다치게 하고 파멸시킨 이 구조를 바꾸고 이 구조의 폭력성을 소멸시키는 데 나의 이러한 노력이 그 나름의 무게를 더하기를 감히 바랄 뿐이다.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서문을 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