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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하고 그윽한 다소 유쾌한 상상(정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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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모세

책 『바리스타로 오신 예수』석용욱 지음



수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전이나 회당과 안식일 이야기도 나오지만, 제자들이나 사람들의 일 상 속에서 함께하신 이야기가 꽤 많이 나온다. 예를 들면, 사마리아 수가성의 우물가에서 여인 과 만난 것을 떠올려 봐도 그렇다. 물 한 모금 달라고 청하면서 여인의 삶으로 들어가서는 결국 복음을 전하신다. 들에 핀 꽃과 하늘을 나는 새도 그 아름다움과 자유로움이 예수님의 복음이 된다. 어쩌면 교 회도 예수님처럼 그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예배당이라는 공간과 일요일이라는 시간을 넘어서, 하 나님의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모든 이와 만나며 좋은 소식을 삶과 이야기로 나누는 교회와 그리스도 인을 꿈꿔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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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로 오신 예수』의 저자 석용욱은 먹선을 통해 강한 흑백 대비를 특징으로 하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작가다. 커피를 좋아하는 저자는 여러 카페에서 보고 듣고 겪은 일, 그리고 커피에 대해 알아가면서 그 일상 속에서 만나는 예수님의 흔적을 담아낸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의 한 교포 부부가 운영하는 대학 카페에서, 가난한 유학생들을 위한 특별한 메뉴, 손해마저 감수해야 하는 저렴한 메뉴를 발견하고 저자는 그 가게 주인의 모습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보았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카페뿐 아니라 자신의 직장 일상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감동한다고 하면서, 그 자리에서 예수 님이라면 어떻게 하실지를 상상했다고 한다. ‘예수님이 바리스타로 오신다면, 어떤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커피를 내릴까?’ 


카페라테를 앞에 두고서는 그리스도인의 인격에 대한 묵상을 끌어내고, 아인슈페너를 놓고서는 낯섦, 이질감이라는 상황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본질에 대해 나눈다. 이렇게 여러 커피 종류를 살피다가, 카페를 운영하는 이들이 겪는 여러 에피소드를 따라가고, 또 커피를 내리는 방법이나 원두에 관해 이야 기하면서 너무나도 친근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기독교의 복음에 대해 음미하도록 돕는다. 그리스도인은 어떤 향기를 내야 하는가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드로잉 에세이라는 책의 특징답게 이 책은 단지 감동적인 글로만 채워진 것이 아니라, 각 장에 그 글과 연관된 그림이 있다. 처음에는 그냥 매력적인 그림이구나 하다가도, 그림을 좀 더 찬찬히 바라보면, 그리고 글을 읽고서 다시 자세히 살펴보면,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림 작품이 주는 감동을 누릴 수 있다. 아마도 동방 기독교에서 성상화가 했던 역할에 비유할 수 있을까? 이 책 속에 담긴 그림은 우리 일상 속에서 계신 예수님, 그분이라면 이 상황에서 이러셨겠다고 하는 것을 실감하게 해 준다. 


이 책은 예수님, 그리고 신앙의 의미를 쉽게 알려 준다. 그리스도인들이 읽고 여러 유익을 누리겠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이웃들에게 전도용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카페에 이 책이 놓여 있다면, 그곳에 서 쉼을 누리거나 대화를 나누는 이들에게 좋은 서비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독자들은 어떻게 매일의 일상에서, 자신의 직장에서 예수님의 현존을 발견하고 그것을 드러낼 수 있는지 그 실 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수님이 바리스타라면 어떻게 하실까?’ 이 향긋하고 그윽한 다소 유쾌한 상상을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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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모세 

IVP 대표이며, 함께여는교회 협동목사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 는 「회심」(역서) 등이 있다. 




*이 글은 성결교단 잡지인 <활천>(2021년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활천의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  




IVP 202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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