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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목회를 위한 세 권의 기본서(정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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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모세

책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IVP 성경비평주석 신약』『말씀 아래서 드리는 예배』



엊그제 지인 한 분이 2021년 일력을 측면에서 찍은 사진을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짧은 글과 함께 SNS에 올렸다. 하루에 한 장씩 뜯어내는 식의 일력이었는데, 이미 지나간 수많은 날 때문에 뜯겨 나간 자리가 유독 우둘투둘 두드러졌고, 원래는 꽤나 두툼했을 것이 한눈에 보기에도 홀쭉해져 있었다.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간다. 지나간 시간을 좀 더 폭넓게 바라볼 수 있어서 그런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다고도 한다.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이라 지나간 여러 달을 떠올 리면서 더욱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시간에 쫓겨서 남은 한 해를 그저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보낼 수도 없고, 변화와 시도를 단념할 수도 없다. 시간을 핑계로 그렇게 한다면 아마도 내년도 그냥 그렇게 그저 빠르게만 지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목회자에게 이 시기는 벌써 다음해에 대한 생각이 한창 무르익어서, 슬슬 구체적인 계획의 윤곽이 드러나야 할 때이기도 하다. 목회자 개개인 특유의 목회 철학과 방식이 있더라도 그 철학과 방식이 ‘단순 무계획’이 아니라면 아마도 그럴 것이다. 


이런 때에 연 단위나 월 단위로 구상해야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더 기본적인 것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아니 꼭 필요하다. 과연 기독교 신앙은 무엇이고, 성경은 무엇을 말하고,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하나님을 예배하는 삶을 살까 하는 것들 말이다.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익숙한 일이기 때문에 의아해할 수도 있겠지만 목회자뿐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삶과 사역의 마지막까지 품고 무언가를 깊이 있게 우려내야 할 것은 사실 이런 것일 수 있다. 기독교 역사 내내 이 기본적인 주제에 대한 고민 때문에 구체제가 넘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도 했다. ‘아드 폰테스’나 ‘리포메이션’과 같은 구호의 탄생도 그러했고, 이것은 오늘도 유효하다. 이러한 중요한 목회적 성찰을 도울 책들을 그리스도인의 신앙, 성경연구, 예배와 관련해서 각각 한 권씩 소개하려고 한다. 



그리스도인 정체성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탐구,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 성경과 역사 속에 나타난 기독교적 자아의 원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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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신앙이라는 주제는 교회에서 전혀 새롭지 않다. 기독교 교회의 시작에서 끝까지를 포괄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신앙을 지니고 있고 또 그것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며 매주 그것을 토대로 교회로 살아가고 모이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정작 우리가 실제로 체험하는 그리스도인의 신앙 이해, 즉 개개인이 지닌 기독교적 정체성은 정말 다양하다. 물론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를, 비본질적인 것에는 자유를, 모든 것에는 사랑을’이라는 유명한 표어로 중심을 잡을 수도 있겠지만 기독교 신앙의 다양성은 사실 성경에서 유래해서 역사 가운데 드러났으며, 오늘날 교회 현장에서 매일 겪는 현실이기도 하다. 사실 이 다양성은 그리스도인을 당황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기독교 신앙의 풍성함을 드러내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신앙의 진정한 핵심을 다시 발견 하게 해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제임스 휴스턴·옌스 치머 만 엮음, 양혜원·홍종락 옮김, 1056면)는 무려 42명의 저자가 자신의 전공 연구 분야에 속하는 역사적 인물이 각자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과 자신의 신앙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탐구한 대장정이다. 예를 들어 성경 속 인물들인 아브라함, 모세, 베드로, 바울뿐 아니라, 기독교 역사 속 인물들인 오리게네스, 아우구스티누스, 안셀무스, 단테, 루터, 칼뱅, 버니언, 에드워즈를 아우르고 근대 이후의 키에르케고르, 바르트, 루이스 등의 생애와 사상을 짚어보면서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깊이 살펴보도록 돕는다. 다양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각 인물이 ‘나는 그리스도인다’라고 고백할 때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보여 줌으로써 시대를 초월하는 의미를 탐색할 수 있게 해준다. 


목회자가 교회에서 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그 공동 체에 속한 사람들이 각자 처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닌 채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이끄는 것이다. 성경과 기독교 전통 속의 신앙을 폭넓게 파악하는 것은 성도가 신앙을 지니고 세상 속을 살아가도록 도울 여러 폭넓은 지혜를 제공한다. 목회자가 신앙의 폭넓은 상황과 국면에 속한 다양한 요소를 매주 골고루 배치하여 말씀의 양분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에 서, 본서는 기독교 성경과 역사 속의 풍성한 자원과 소재를 제공할 것이다. 성도가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더 멀리 바라보면서 오늘을 살아가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성경본문에 관한 최근의 통찰과 관점 제시, 

『IVP 성경비평주석 신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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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P 성경비평주석 신약』존 바클레이·리처드 보 컴·스캇 맥나이트 외 지음, 제임스 던 엮음, 이철민·홍 성수 옮김, 1164면)은 열심히 교회를 섬기는 바쁜 목회 자를 위해 기획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성경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급속도로 축적되는 상황에서 신학교를 떠난 지 오래인데다 최근 연구 결과들을 여러 두꺼운 신학 서적으로 일일이 파악하기도 어려운 목회자들이 성경 각 권과 관련하여 그동안 어떤 연구와 논의가 되었는지를 간단하게 따라잡을 수 있도록 돕는 주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고의 성서학자들이 자신의 전 공 분야와 관련하여 해당 본문의 최신 연구 결과와 논의를 담았다. 그러면서도 내용이 난삽하거나 복잡해지지 않도록 하고, 본문 이해에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본문 해석을 실었다. 


예를 들어 제임스 던은 신약 전체의 개론적 글에서 신약성경 전승의 역사를 다시 돌아보도록 그 연구 역사를 탁월하게 정리하면서 목회자가 성경을 볼 때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관점과 함양할 내용을 제공한다. 그 외에도, 조엘 그린, 크리스토퍼 터킷, 빅터 퍼니시 같은 학자가 복음서나 신약 서신서 개론을 크게 제시 하는 한편, 크레이그 에번스는 마가복음, 존 류먼은 로마서, 존 바클레이는 고린도후서를 주석하는 식으로 목회자가 본문과 씨름하는데 도움이 될 내용을 간략하면서도 실제적으로 제시한다. 


기존에 IVP가 펴낸 『IVP 성경주석』이나 『IVP 성경배경주석』 등의 유용성을 익히 알고 있는 독자들이라면,『IVP 성경비평주석 신약』이 더해 줄 유익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의 책들이 해당 성경본문과 관련한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일별하도록 한다면, 후자의 책 은 거기서 더 깊이 있게 본문을 바라보도록 도울 통찰과 관점들을 제시한다. 무엇보다도 단권 주석으로서의 간편함이라는 장점을 지닌 이 책의 구약편은 2022년 겨울에 출간될 예정이다. 수많은 설교와 성경공부를 진행해야 할 목회자에게 본서는 자신의 서재에 꼭 갖춰야 할 요긴한 책이 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예배의 길잡이, 

『말씀 아래서 드리는 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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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전에 없는 상황과 변화를 헤쳐나가야 했던 지난 나날들이 떠오른다. 물론 그 이전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이제는 그 회복을,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할 때다. 다시 모여서 어떤 예배를 드릴 것인가, 그래서 어떻게 다시 교회공동체를 회복하고 더 온전한 역할을 감당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많을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예배와 관련해서도 다시 기본을 점검하고, 실제 그림을 그리고 논의가 풍성해져야 할 때다.


『말씀 아래서 드리는 예배』(D.A. 카슨·팀 켈러·마 크 애슈턴·켄트 휴즈 지음, 박세혁 옮김, 372면)는 교회의 예배 신학과 예전 실천을 돌아보게 한다. 장로교, 성공회, 자유교회 등에 속한 각 저자는 다양한 교회 전통 위에 서 있지만, 성경에 근거한 예배를 추구한 다는 것과 개혁주의 신학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것에 서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D. A. 카슨은 신학자답게 예배와 관련해서 성경적 신학적 윤곽을 가질 수 있도 록 총론을 제시한다. 마크 애슈턴은 성공회의 전통적인 예전의 바탕에 있는 정신과 의미가 무엇인지를 잘 설명하고, 켄트 휴즈는 자유교회 교파에서는 예배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디에 초점을 맞추는지를 제시한다. 팀 켈러는 종교개혁 시기의 츠빙글리와 칼뱅을 비교하면서 예배의 역사적 신학적 토대를 간략하게 점검하고 나서 현대 대도시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예배를 할 때 어떤 기준을 가질 수 있는지 논의한다.


본서의 가장 큰 특징은 오늘날 실제 예배를 어떻게 드릴 것인가에 초점이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배 순서가 제시되어 있고 그에 대한 평가와 조언이 담겨 있어서, 구체적인 적용을 하도록 돕는다. 이 책을 활용 하여 교회의 예배 관련 지도자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예배를 함께 논의하고 구성한다면 큰 유익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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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자락에서 목회자에게 도움이 될 책 세 권 을 소개했다. 세 권 모두 짧은 호흡의 대처라기보다는 긴 안목의 여정을 도울 책들이다. 코로나19라는 특별 한 위기를 지나는 한국교회가 그간의 불가피한 변화 를 모판 삼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더욱 건강한 교회 로 세상 가운데 소명을 감당하도록, 더욱 건강하게 자 라나기를 기도하게 된다 




정모세

IVP 대표이며, 함께여는교회 협동목사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 는 「회심」(역서) 등이 있다. 




*이 글은 월간목회(2021년 12)에 실린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IVP 202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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