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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누구였으며 누구인가? 그래서 누구이실 것인가?(정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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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모세

책 신: 인문학으로 읽는 하나님과 서양문명 이야기 김용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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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를 돌아보자면, IVP가 출간한 여러 소중한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작지만 큰 의미를 지닌 책들도 있고, 역시 두껍고 그만큼 중요한 책들도 있고, 실제로 독자들이 뜨겁게 반응한 책들도 있고, 많은 사람이 너무나 중요한 책이라고 꼽지만 주목을 별로 받지 못한 책들도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도 ‘에디터의 선택’으로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김용규 저자의 <신>을 주저 없이 뽑을 이유가 충분하다.


이 책은 원래 한번 출간된 적이 있고, 게다가 당시 인문 베스트셀러 반열에 들어서 1만 부 가까이 팔리기도 한 책이었다. 다만 시일이 흘러 절판 상태에 있었던 책이었고, 그것을 다시 개정하여 내는 작업은 사실 도리어 여러모로 어려운 지점들을 통과하는 어려운 과제였다. 이 책을 IVP에서 재출간한 것은, <신> 자체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장점들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 책을 내는 것을 시작으로 <그리스도> <성령>으로 이어질 ‘신 3부작’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출범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 3부작을 완성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우리 출판사가 독자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더더구나 이 책을 다시 내는 데 특별한 공이 들였다.


저자는 기꺼이 이 책을 새로 내기 위해서 “다시 쓴다는 마음으로” 책 전체를 고치고 확장해 주었고, 그에 따라 곳곳에서 설명이 더욱 풍성해졌다. 저자가 그 사이에 깊이 고민하던 중요한 주제인 ‘욥’에 관한(즉 인간의 고통에 관한) 한 장이 추가되었다. 실은 어떤 독자에게는 그 부분만으로도 큰 지식과 격려를 제공할 그런 내용을 다루고 있다. 또 여러 가능성을 검토한 다음, 원래 2도 단색으로 배치되었던 화보들도 4도 칼라로 인쇄하고 또 추가했다. 그 결과 독자들이 눈으로 직접 확인했듯이 책의 아름다움 자체만으로도 소장할 만한 책이 되었다. 


물론 표지도 쉽지 않았다. 이전 판이 지니고 있는 장점이 많아서, 그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서, 말 그대로 수십 개의 시안을 거쳐, 현재의 표지에 이르렀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서 신과 인간이 서로 내뻗고 있는 손을 주요 소재로 사용했는데, 어떤 이는 처음에 표지에 엇나가게 배치된 손들을 보고 좌절을 느꼈다고 했지만, 또 다른 이는 위에 있는 신의 손이 당장에라도 아래쪽에 배치된 인간의 엇나간 힘 빠진 손을 덥석 붙잡을 것 같다는 해석도 해 주었다. 원초적인 녹색 바탕에 손의 황토색이 대비되는 가운데, 손의 형상을 그리는 굵고 대범한 선들은 자세히 살피면, 고대 그리스 토기에 새겨져 있는 기법을 떠올리게 하고, 자연스레 고전과 인문의 향기를 전달한다. 사실 약간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이 표지가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준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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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양문명 속에서 탐구되어 온,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를 쭉 다룬다.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의 만남부터 시작하여 중세, 근대, 현대를 거쳐 계속되어 온 그 찬란한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결국 그래서 오늘날 하나님은 누구이시고, 또 앞으로 하나님은 누구이실지를 가늠하게 해 준다. 사실 많은 신학생들이 수업이나 책을 통해서, ‘신론’을 배우지만, 그 ‘신학’이 어떤 삶의 자리에서 어떤 사상적 배경 속에서 탄생했는지는 거의 접하지 못한다. 다소 건조하게 명제로 남은 결론들을 습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교리로 알고 있는 것이 어떠한 고민과 상황 속에서 어떠한 자원을 통해서 세워졌는지 좀더 깊이 있게 파악할 기회를 얻는다. 그래서 이 ‘하나님’ 이야기, 또 그것과 함께 흘러온 세상 ‘문명’ 이야기는 신학 관련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신자유주의-포스트모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하나님’이 어떻게 왜 구원이신지를 쉽고도 재미있게 알려 주는 이 책은 커다란 자산이 된다. 사실 이렇게 하나님 이야기를 풀어 가는 책은 정말 드문데, 이 책은 바로 그 장점을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가지고 있다. 


<그리스도> <성령>이 앞으로 어떻게 뒤를 이을지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정모세

연세대학교, 개신대학원대학교, 고든콘웰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IVP 편집장이고 분당두레교회 협동목사다. 믿고 행동하는 삶을 꿈꾼다. 


IVP 201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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