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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자가 풀어 쓴 유교 이야기: 그리스도인이 알아야 할 유교의 모든 것(정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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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모세

 『신학자가 풀어 쓴 유교이야기』배요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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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이 알아야 할 유교의 모든 것 




이전과 이후, 안과 밖에 존재하는 그 무엇


생각해 보면 내 경우, 친가 쪽으로는 아버지부터, 그리고 외가 쪽으로부터 외할머니부터 하나님을 믿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는 그리스도인 부모 아래서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되었다. 아내의 친가 쪽은 평양의 기독교 집안이라 기독교 신앙을 이어온 지 사오 대는 되었고, 외가 쪽으로도 서너 대는 되었다고 들었다. 갑자기 집안의 기독교 신앙의 내력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아까 오전에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주일인데도 집에서 가정 예배를 드리면서 한 생각 때문이었다. 함께 예배를 드리는 아이들을 보니, 나나 아내도 그랬지만, 우리 아이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 기독교 신앙을 습득하고 있구나 싶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가족의 종교가 기독교가 된 것이 실은 아주 오래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집안에 처음으로 기독교 신앙이 싹트기 전에 조상들은 신약성경에 나오는 표현대로 너희가 이전에는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았을 것이다. 사람 한 명의 삶의 이력에서는 신앙 이전의 삶이라고 할 수 있는 비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은, 실은 오늘 여전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실제적인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가 현재의 그리스도인의 삶을 제대로 살려면, 우리 자신의 신앙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실은 그만큼이나 기독교 신앙 이외의 세계관이나 신앙에서 가치를 형성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깊은 차원의 해답이 되어 왔던 것들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것들이 나의 과거이기도 하고, 오늘 여기서 우리 사회를 여전히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이라는 나도 따지고 보면 여전히 그 유산 속에 예상보다 더 깊숙하게 장아찌처럼 푹 절여져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기독교 신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한국인의 모판, 유교


신학자가 풀어 쓴 유교 이야기는 그러한 점에서 그리스도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그리고 그리스도인에게 큰 도움을 줄 책이다. 나와 이웃을, 그리고 우리 사회를 공기처럼 둘러싼 중요한 한 요소인 유교에 대해서 풀어주기 때문이다.

먼저, 이 책은 유교 자체를 알아 가도록 돕는, 아주 충실하면서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인문 교양 입문서다. 저자 배요한 목사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신학을 공부했고 장신대에서 목회학석사 학위를 받은 다음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유학 전공으로 문학석사학위를 받은 유교 전문 연구자다. 그래서 뭔가 들은 것은 많지만 막상 유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상으로 알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유교의 역사에 대해 잘 풀어서 설명해 준다. 공자, 맹자, 주자 등 중국의 대표적인 유교 사상가들을 짚어줄 뿐 아니라, 한국에서는 유교가 어떻게 전래되었고 한국 유교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퇴계와 율곡의 사상은 어떠하며, 그 이후 조선 유학의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어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알려 준다.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예상보다 더 유교의 유산을 꽤 많이 물려받았다는 것을 깨달을 뿐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호흡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이 책에 담긴 유교 이야기가 별다른 기독교적 수식 없이도 우리 그리스도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나 기독교 신학자가 쓴 책이라 책의 8할 이상을 차지하는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유교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기독교적 시점이 수면 아래에 놓여 있는 것을 은근하게 느낄 수 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특히 신학자로서 이 글을 쓰고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나는데, 거기서는 유교를 기독교와 구체적으로 비교하고, 기독교 입장에서는 가장 첨예한 이슈일 수 있는 조상 제사를 기독교 신앙으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한 장을 할애하여 논의하기도 한다. 저자는 그리스도인이 유교에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고 밝힌다. 유교를 통하여 우리는 학문하는 바른 태도를 배울 수 있고, 수기와 치인을 함께 강조하는 것 즉 개인 삶의 수양과 공공의 유익을 위한 실천을 강조하는 것에서 균형 잡힌 기독교 신앙의 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으며, 유교의 영성이라 할 일상의 삶에서 거룩한 것의 추구에서는 신앙의 일상적 측면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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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이웃, 우리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실제적이고 모범적인 사례


우리는 한국 그리스도인으로서 유교의 여러 사상과 관습이 우리 안팎을 형성하고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알고 의식하는 부분에서도 그렇겠지만,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부분에서도 그렇고, 실은 우리가 기독교 신앙이라고 여기는 영역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높다. 교회라는 곳의 바깥뿐 아니라 안에도 여전히 실은 유교적 인식과 실천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것들은, 긍정과 부정의 딱지를 붙여서 평가할 대상이기 이전에, 나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어떤 체질 같은 것이 되어 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의 그 체질을 알려 주고, 그래서 우리가 복음을 듣고 어떻게 회심할 수 있고, 어떻게 성화되어 가고 있는지를 생각하는데, 절실하고 필수적인 지점들을 이야기해 준다.

 

저자는 열려 있는 대화와 솔직하고 성실한 유교 연구를 통해서, 결국 한국의 사회와 이웃을 이해하도록 도울 뿐 아니라,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지금 누구인지를 파악할 소중한 실마리들을 풀어 놓는다.






정모세

믿고 행동하는 삶을 꿈꾼다. IVP 편집장으로, 함께여는교회 협동목사로 일한다. 



*이 글은 성결교단 잡지인 <활천>(2020년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활천의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 

 

IVP 20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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