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시대에 펼쳐지는 놀라운 희망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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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책_ 『시편의 사람』 (김영봉)
글_ 방영민 (부전교회 목사,『책의 숲에서 만나는 하나님』(플랜터스) 저자)
서론
김영봉 목사님의 『시편의 사람』을 마주하였다. 시편 전체를 6년 동안 묵상하고 해설한 책이다. 저자는 교우들을 비롯한 말씀의 동역자들과 시편으로 교제하였고 그 은혜의 결과물이 이렇게 근사한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사귐의 기도』를 통해 저자를 처음 접한 필자는 『시편의 사람』을 통해 그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을 알게 되었는데, 바로 본인의 영적인 한계와 갈증을 시편을 통해 해결하면서 그 책을 쓰게 되었던 것이다.
시편 묵상은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성도들의 각 가정과 직장과 학교와 병원 등 삶의 현장에서 빛을 발하였다. 사방이 온통 전염병과 죽음과 공포로 막힌 상황에서 시편은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을 의지하는 통로였다. 시편의 말씀이 개인적 고백이기도 하지만 이스라엘 역사를 거치면서 공동체의 기도가 되고 예배의 찬송이 되었던 것처럼 흩어진 성도들이 개인적으로 하나님과 연결되고 공동체적으로 한몸이 되게 해 주었다.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님의 계획과 비전과 뜻이 성취되는 것을 발견한다. 한 편마다 본문 해설과 묵상이 고도의 압축과 절제를 통해 소개된다.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저자는 “해설은 본문에 대해 제가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고, 묵상은 본문이 제게 하는 말을 듣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15쪽)라고 말한다. 이렇듯 저자는 이 시편을 읽었고 내면화시켰고 살아 내었고 공유하였고 하나님을 높여 드렸다. 이 글에서는 이 책의 특징을 세 가지로 추려 소개하고자 한다.
피할 수 없을 때
시편을 보면 대부분 개인의 한계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부르짖는 기도들이다. 때로는 저주시도 있지만 그런 시들도 인생의 과정 중에서 드려지는 고백이기에 우리도 충분히 그렇게 기도할 수 있다. 시편의 저자들이 원수들에게 쫓김당하고 배척당하고 수치를 당하는 등 삶의 절벽에 섰을 때 부르는 시다. 앞으로도 갈 수 없고 뒤로도 물러설 수 없는 지경에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는 호소다.
저자는 시편의 저자들이 개인의 죄와 역경과 삶의 문제 앞에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께 의탁하는 기도를 드렸다는 것을 묵상을 통해 알려 준다. 포기하는 것은 내가 일하고 처리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의탁하는 것은 하나님이 일하시고 처리하시고 결정하시는 것이다. 포기하는 것은 내가 주도하는 것이지만 의탁하는 것은 하나님께 주도권을 넘겨 드리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처한 상황 속에서 하나님을 붙드는 시인들을 통해 우리가 그렇게 살 것을 권면한다. 이 책은 연약한 인생들이 하나님을 의지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우리를 절벽으로 몰아가는 일들이 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최선을 다했는데 끝에 서 보니 벼랑 끝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절벽이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거기서 하나님을 찾고 부르짖고 의지한다. 시편은 피할 수 없을 때 피할 수 있는 길을 보여 준다. 불가능한 상황인데 하나님이 보이니 가능해진다. 가망 없는 상황인데 하나님의 손이 보이니 소망이 생기는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인생의 한계를 맞이한 이들에게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런 위기와 고립에 처한 자들에게 큰 은혜와 용기를 준다. 시편을 통해 하나님의 소망을 전해 주고 싶은 설교자나 성경 교사들에게 훌륭한 가이드가 되는 책이다.
울음
시편을 보면 탄식시들이 있다. 저자도 자신의 영적 한계를 느끼고 시편을 접하며 영적 어두움을 물리칠 수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못난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나는 죄가 없고 잘못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자신을 비난하고 조소하며 공격하는 원수들로 인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사회와 나라에 정의와 공의가 사라진 것 같은 현실에도 울게 된다. 하나님의 임재가 끊어진 것 같은 상황에도 내리는 비처럼 눈물이 흐른다.
시편에는 이러한 울음이 모두 들어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런 모든 울음을 기쁨으로 바꿔 주시는 분이시다. 그리고 저자는 이런 시편의 울음을 해결하는 길을 탁월한 비유로 묘사한다. “내 마음의 운전석에 주님을 모셔 들이는 것이다”(122쪽). 저자의 이런 비유는 이 시편을 읽고 묵상한 자만이 길러낼 수 있는 정수다. 책에는 이러한 저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은혜의 문장들이 있다. 그가 시편을 묵상하며 무릎을 탁 쳤듯 우리의 무릎도 탁 치게 만든다.
우리 주변에는 울게 하는 것들이 많이 있다. 저자는 그런 것들이 잘못된 게 아니라고 한다. 다만 내 마음의 운전석에 미숙한 운전자가 앉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울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있지만 하나님이 주인 되실 때 웃게 되는 일들이 있다. 하나님이 내 마음의 운전석에 계시면 죽음을 향해 가는 것들도 생명을 향해 가는 거룩한 역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울음이 하나님으로 인해 기쁨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인생의 울음에 공감한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저자의 목회관과 목회 경험이 깊이 스며 있는 것을 본다. 영혼을 위해 깊이 애통한 자만이 하나님의 위로를 전해 줄 수 있다. 세상은 우리에게 우는 것은 연약한 것이고 실패처럼 얘기한다. 하지만 시편은 애통하는 자는 위로를 얻을 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이 책은 인생의 다양한 눈물을 가진 자에게 따뜻한 손수건이 될 것이다. 타인은 다 알지 못하는 인생의 눈물을 지닌 자들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위로를 얻게 되길 소망한다.
아이러니
시편에는 기가 막힌 역전이 있다. 인간이 이해할 수 없고 해석할 수 없는 일이 펼쳐진다. 나의 능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나의 약점, 나의 과거, 나의 잘못, 나의 환경을 보면 이런 역사가 일어날 수 없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나의 약점 때문에 나는 성공할 수 없고, 나의 과거가 족쇄가 되어 나의 미래는 끝이 난 것 같다. 나의 배경과 환경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러나 시편에는 놀라운 아이러니가 있다. 울면 안 되는데 울음으로 인해 구원을 받는다. 열악한 환경인데 그 환경 때문에 승리하고 성공하는 자가 된다. 약점 때문에 버려지는 게 아니라 귀하게 쓰임받는 인생이 된다. 다윗은 동굴에서 도망자로 살아간다. 그 주위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이는데 전부 빚진 자, 원통한 자, 환난당한 자, 마음이 슬픈 자들이 모인다. 이곳에서는 찬양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저자는 가장 낮은 곳이기에 가장 높이 계신 하나님께 더 높이 찬송할 수 있다고 한다(208쪽).
성경이 그렇듯 시편은 놀라운 역전 스토리를 시로 표현한 것이다. 나의 약점을 하나님은 강점으로 바꾸시는 분이다. 분명한 한계가 있음에도 정확하게 그 한계를 뛰어넘게 하신다. 하나님은 나의 아픔을 치유해 주시고 나의 고장 난 것을 고치시는 분이시다. 현실은 동굴인데 기도하니 주님의 날개 그늘이 된다. 현실은 마음이 흩어지고 고통스러운데 기도하니 더욱 하나님께 마음이 고정되고 확정된다.
이 책은 하나님이 보이게만 일하시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일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우리는 보여야만 느끼는데 책은 하나님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계신다는 것을 보여 준다. 얼마나 반전이고 역전인지 일이 지나고 나서야 하나님의 역사에 감탄하게 된다. 길이 없는 게 아니라 준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어둠이 아니라 빛이 임하고 있었던 것이다. 앞이 캄캄해 보이는 자들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마음의 눈을 밝혀 주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하나의 창: 시편
저자의 묵상을 보며 시편이 다시 보인다. 하나님 없이 쉽게 인생을 결론지을 수가 없다. 절망의 늪에서 하나님의 희망의 꽃이 핀다. 나의 수치를 오히려 하나님은 자랑이 되게 해 주시고 나의 약점을 강점이 되게 해 주신다. 하나님은 어둠의 강, 절망의 강, 공포의 강에서 우리를 건져 주시는 분이다. 시편은 구원의 노래이고, 그 구원의 노래를 부르며 살아간 예수 그리스도를 또한 묵상하게 해 준다.
저자는 모든 시편을 그리스도로 해석하는 ‘과잉해석’은 지양한다. 그러나 시편 묵상을 통해 시편의 사람으로 살아가신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닮아 가는 길을 제시한다. 저자의 말대로 그리스도야말로 시편의 사람이고 우리가 따르고 배워야 할 모범이시다. 그분은 인생을 그리스도 안에서 은혜의 풍성하심을 따라 큰 긍휼로 우리를 건지시는 분이다. 그분은 우리를 가장 긍휼히 여겨 주시는 분이시다.
인생은 가난해서 망하는 것도 아니고 학력이 부족해서 망하는 것도 아니고 배경이 약해서 망하는 것도 아니다. 상황과 환경과 상관없이 하나님을 의지하고 올곧게 십자가의 길을 가는 믿음이 부족해서 무너지는 것이다. 이 시편 묵상을 통해 하나님과 연결되고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이 되길 바란다. 노래를 잃어버린 시대에 이 하나의 창을 통해 우리의 노래가 다시 곳곳에서 울려퍼지길 기대한다.
필자는 오랫동안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작업을 해 오고 있다. 성경 묵상과 독서를 통해 받는 한 줄기 빛을 아주 소중히 여긴다. 왜냐하면 그 빛은 모든 이들에게 찬송이 되고 길이 되고 소망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러한 찬송과 길과 소망으로 가득 차 있다. 6년 동안 많은 사람을 살린 은혜의 보물이 여기에 담겨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인생을 회복하는 책이 되길 바라며 기쁜 마음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