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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깨우는 잠언 신학의 정수를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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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_ 『특강 잠언』 (권지성) 
글_ 전원희 (오후 다섯시교회 목사, 유튜브 “오늘의 구약공부” 강사)


왜 ‘특강’인가
 
‘특강’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특별히 하는 강의’라는 뜻을 가진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은 무엇이 특별할까? 언뜻 보면 잠언 주해서 같기도 하고, 언뜻 보면 잠언 주석서 같기도 하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이래서 특별하구나’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왜 특별한 강의인가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목차에 저자의 의도가 있다
 
책 구입을 결정하기 위해 항상 먼저 보는 두 곳이 있다. 한 곳은 서론이다. 서론에는 저자가 이 책을 쓴 계기, 책의 서술 방법 등이 들어 있다. 책의 중요한 가치가 서론에 모두 녹아 있다고 생각하기에 반드시 본다. 그리고 또 다른 한 곳이 목차다. 목차만 봐도 저자의 의도를 알 수 있다. “들어가는 글”과 “나가는 글”을 제외하면, 이 책의 목차는 모두 본문과 관련 있는 열세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의 핵심은 잠언 본문에 대한 설명, 주해, 또는 주석일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본문의 흐름상 들어갈 수는 없지만 반드시 필요한 내용을 부록으로 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이 그렇다. 두 개의 부록이 있는데 하나는 “고대 근동 문학과 잠언”이다. 잠언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고대 근동 문학과 잠언 간의 비교는 필수적 과제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비교해야 할지 모르는 독자를 위해 저자는 부록에서 이를 정리해 놓았다. 두 번째 부록은 국내에 출간된 잠언 관련 책들과 이 책을 비교한 글이다. 이 내용은 정말 특별하다. 독자들 입장에선 비슷한 내용을 말하는 책을 또 구입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책을 비교하는데, 그 작업을 저자가 미리 해 주었으니 얼마나 친절한가? 책의 가장 마지막에 있는 부록만 생각해도 이 책은 정말 ‘특강’이라는 성격에 잘 맞는다.


잠언에서 말하는 지혜는 성공과 관련이 있는가?
 
저자는 ‘지혜’의 정의를 바르게 내리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잠언의 지혜를 잘못 인식하고 잠언을 읽어 나간다면, 상당한 오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오해란, 잠언이 단순히 격언 모음집에 불과하다거나, 인생의 성공을 돕는 노하우가 담긴 책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동안 잠언을 읽어 왔던 많은 분이 이렇게 오해했기 때문에 잠언에서 말하는 진짜 ‘메시지’를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저자는 잠언의 핵심 모티브인 ‘지혜’에 관한 정의를 바르게 내려 줌으로서 잠언 속 ‘지혜’는 우리가 생각해 왔던, 우리에게 알려져 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지혜의 세 가지 정의를 설명하는데 특히, 세 번째 정의가 가장 와닿는다. 

“지혜는 인간이 소유하는 대상이 아니라 신적 존재로 하나님과 함께 창조 이전에 존재한 의인화된 형태로 제시된다.…오늘도 이 지혜는 사람들을 초대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 초대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와 같은 지혜의 여러 모습과 의미가 고대 이스라엘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에 대한 담론이 바로 잠언이다.” (p. 35)

간략하면서도 완벽한 지혜와 잠언의 정의를 내려 주는 이런 내용은 ‘특강’에서만 들을 수 있다.


특강 잠언은 신학 책이다
 
“들어가는 글”에는 ‘신학적인’ 작업들이 가득하다. 제목, 고대 사본, 저자, 문학 구조, 저술 과정과 연대, 인스트럭션 장르, 지혜 문학·잠언·해석학, 잠언의 세계, 잠언과 상호 관계성, 연구 동향이라는 소제목들만 봐도 아무나 쉽게 접할 수 없는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제목 하나에 관한 연구만 해도 엄청난 분량을 차지할 것이다. 그렇기에 으레 겁을 먹고 “들어가는 글”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차근히 글을 읽고 나면 ‘정말 충실하고 친절한 연구서’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지루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렇게 지루하지 않다. 굉장히 복잡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꼭 필요한 내용을 간결하게 잘 요약해서 설명한다. 이 내용은 모두 신학적 작업의 결과물이다. 이 작업은 중요하다. 저자가 곳곳에서 강조하듯이 잠언 1-9장을 잘 이해해야만 10장부터 이어지는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다. 그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가 “들어가는 글”에 있기 때문에 천천히 이해해 가며 읽기를 꼭 권한다.


특강 잠언은 신앙 책이다
 
저자는 어떤 방식으로 서술해야 독자가 잠언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를 상당히 고민한 것 같다. 처음부터 차근히 읽어 나가면 어느 순간 잠언이라는 성경의 한복판에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 책에서는 먼저 잠언이 속해 있는 ‘지혜 문학’이라는 거대한 장르가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그 후, 역사의 발전 속에 있는 잠언을 설명한다. 그리고 오늘날 잠언 읽기를 위한 구체적인 제언을 한다. 이토록 자연스러운 글의 전개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잠언 읽기’라는 구체적 목적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그 목적에 도달하는 것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저자는 또 다른 방법을 마련해 놓았다. 책의 본문으로 들어가면 문학 형식과 구조, 각 단락 설명, 주해, 적용 순서로 진행된다. 이 순서를 차근히 따라가면 적용에 이르러 큰 감동과 도전을 받는다. ‘적용’은 주해서나 주석서에는 찾기 어려운 챕터다. ‘적용’ 파트는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곳이었다. 왜냐하면 성경을 연구한 책들을 볼 때 가장 아쉬웠던 점이 ‘적용’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적용’을 다루는 책은 많지 않았으며 다룬다고 해도 굉장히 보편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만 있었다. 웬만한 통찰력이 아니고서야 이런 부분을 다루는 것이 당연히 어려울 텐데, 놀랍게도 『특강 잠언』에는 모든 단락 연구마다 적용이 있었다. 저자의 통찰력에 감탄했다. 이 책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부분이다. 굉장히 신학적으로 작업한 결과물을 신앙과 연결점에 놓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특강 잠언』은 신앙 책이다.


나가는 글에 들어가면 그냥 나가지 마라
 
나가는 글은 보통 본론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요약하고, 저자가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바를 다시 한번 언급해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특강 잠언의 “나가는 글”은 정말 독특하다. 왜냐하면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어 하는 바가 분명히 나타나기도 하는 동시에, 또 다른 본론을 시작하는 느낌도 있기 때문이다. 그냥 (지)나갈 수 없는 글이다. 
저자가 본론에서 언급한 각 단락의 해설은 충실한 본문 연구와 그로 인해 도출된 현재 적용이다. 그렇다면 그 사이의 역사에서 잠언은 어떻게 활용되었을까? 그 지점을 독자들이 궁금해할 수 있는데, 바로 “나가는 글”에 그 내용이 있다. ‘신조’와 관련하여 잠언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잠언과 요한복음에서 연결되는 지혜(소피아)는 무슨 의미일까? 로마서에서 바울은 왜 지혜를 언급했을까? 사도 야고보는 성도들에게 쓴 중요한 편지에 왜 지혜를 다루어야 했을까? 18세기 미국의 유명한 설교자 조나단 에드워즈(Jonathan Edwards)에게 잠언과 지혜는 어떤 의미였는가? 역사에 등장했던 잠언과 지혜를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역사 속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관한 여러 도움을 “나가는 글”에서 얻을 수 있다. 그러니 절대 이 부분을 나가는 글이라 생각하고 그냥 (지)나가지 마라.


때론 부록이 본론만큼이나 재밌다
 
앞서 살짝 언급했지만, 이 책에는 두 개의 부록이 담겨 있다. 첫 번째 부록은 “고대 근동 문학과 잠언”이다. 잠언 속 인스트럭션 장르가 고대 근동 세계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었는지 다양한 문헌을 통해 소개한다. 특히 이집트 문학을 중심으로 다루고, 많지 않지만 메소포타미아 문학도 다룬다. 그렇게 다룰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부록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에 더해 저자는 고대 근동 세계에서 인스트럭션 장르가 활용된 것과 우리가 잠언을 이해하는 것에 어떤 연결점이 있는지 평가를 통해 간략히 언급한다. 첫 번째 부록은 잠언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 내용이라 볼 수 있다.
두 번째 부록은 국내에 출간된 잠언 도서들을 주석서, 연구서, 설교자를 위한 해설서로 분류하여 설명한다. 각 분류에 해당하는 책들의 특징을 소개하고, 특강 잠언과 어떤 공통점, 차이점이 있는지를 설명한다. 그래서 두 번째 부록은 이 책의 구입을 망설이는 독자를 위한 친절한 안내의 글을 담고 있다. 
부록은 ‘부록’이라는 의미 때문에 필요하면 보고, 필요하지 않으면 안 볼 수도 있지만 특강 잠언의 부록은 꼭 봐야 한다. 이런 부록을 담고 있던 책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흥미롭고,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흥미롭다.


그래서 잠언의 핵심이 무엇인가?
 
책을 다 읽고 나면 ‘얻은 게 무엇일까?’ ‘내게 남는 게 뭐지?’를 고민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반드시 남아야 하는 게 있다면, ‘여호와 경외’가 아닐까 싶다. 여호와 경외는 잠언을 읽을 때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주제다. 잠언의 핵심 중의 핵심인 여호와 경외에 대한 이야기를 저자의 말을 빌려 표현하고 싶다.

“잠언이 말하고자 하는 여호와 신앙의 핵심, 모세 율법에 대한 순종, 하나님 사랑과 예배, 언약 관계에서의 실천에 관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고 완성하는 것은 여호와 경외다.” (p. 85)


독자에게 권하는 말
 
1. 성경 통독을 하다가 잠언을 만난 분들은 이 책의 본론을 읽고 잠언을 읽기를 권한다.
2. 잠언의 최근 연구사가 필요한 분들은 이 책의 “들어가는 글”을 먼저 보기를 권한다.
3. 잠언 연구를 시작할 때 어떤 책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라면 이 책 『특강 잠언』으로 시작하기를 권한다.


전원희
오후 다섯시교회 목사, 유튜브 “오늘의 구약공부” 강사
IVP 20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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