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신 창조주 하나님과 우리의 이야기들(정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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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재경
책 『진화는 어떻게 내 생각을 바꾸었나?』제임스 스미스 외 지음
“그 책을 쓴 것을 후회한 적은 없으신지요?”
왜냐하면, 그 책은 대단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많은 공격을 받았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가 정말로 그리스도인이기나 한지 의심을 품었기 때문이다.
“오, 아니요.” 그는 말했다.
나는 그다음에 그가 한 말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모든 비난을 치를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내 학생 중에 그 누구도 나와 함께 공부한 뒤 하버드로 가서 신앙을 잃을 일은 없을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지요. 그 책에서 제기한 종류의 이슈들과 씨름할 기회를 주지 않았더라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겁니다.”
_263쪽, 버나드 램의 답변
중학교 때 그 용감했던 아이
수학은 영 못했지만, 과학을 좋아하고 교회를 다니던 한 아이가 있었다.
그러다가 그에게 위기가 찾아왔는데, 그것은 바로 과학 시간에 듣게 된 ‘진화’라는 단어였다. 그 단어를 듣자마자 그 아이는 자신의 신앙으로는 이런 악마적인 이론을 믿을 수 없다면서 학교 교육을 불신하게 되었다. 그날 이후로 같은 교회를 다니던 자신의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며 젊은 지구론을 소개받는다. 그리고 그 아이는 중학교 기말고사 과제 때 자신의 신념을 드러냈다. 기말고사 과제는 진화의 증거를 조사하는 것이었는데 그 아이는 젊은 지구론을 옹호하는 이들의 글과 사진들을 조합해서 수십 페이지가 넘는 반-진화 과제를 내고 말았다. 그렇게 그 아이는 자신이 신앙을 지켰다고 믿었고 그렇게 과학과 멀리 저 멀리 떨어지게 되었다. 그 아이가 바로 나였다.그렇게 나의 하나님은 일반 세계와는 상관없고 좀더 구체적으로는 과학 같은 학문으로 그분을 알거나 느낄 수 없다고 믿었다. 그래서 과학이나 일반 학문을 공부하는 이들이 불쌍하다고까지 느꼈다.
그러다가 신대원에 가서 예상치 못한 변화를 겪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주변의 신학생 중 책을 좋아하고 누구보다 하나님에 대한 열정이 있는 이들이 진화에 대해서 열린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들이 타락한 것인가?’라는 생각마저 들었지만, 그들이 소개해 주는 책들을 하나하나 읽어 나가면서 실제로 기독교 역사에서 진화와 신앙을 대립적으로 본 것은 최근의 일이자 특정 관점이지 전체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더 나아가서 많은 이들이 신앙을 가지고 과학의 영역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그 동안 너무나도 좁게만 본 하나님에 대한 생각에서 조금씩 나오게 되었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곁에서 “이해를 추구하는 믿음”을 권하고 신앙 때문에 “뇌의 스위치”(226쪽)를 끄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주는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누군가의 이야기들
화목해 보이는 교회 안에서도 이상하게 ‘진화’ 이야기만 나오면 누군가 얼굴을 붉히고 목소리가 올라간다. 이런 교회 상황의 문제는 과학을 학문으로서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려고 하는 이들에게 불필요한 위기를 준다는 것이다. 심지어 특정 교단은 진화에 대해서 열린 태도로 접근하면 ‘교회의 존폐’까지 위협하게 된다고 경고하고, 창조에 대한 다른 의견을 ‘타협’이라는 이름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렇게 진화라는 주제는 과학과 함께 교회와 신앙을 붙드는 이들에게 불편한 주제가 되어 버린다.
나의 경우, 신학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분들에게도 큰 도움을 받았지만 여러 책의 도움을 더 구체적으로 받았다. 그런 책들로는 『오리진』,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 등이 있는데, 이번에 신앙을 갖고도 진화로 인해 생각을 바꾼 이들의 이야기를 묶은 책이 나왔다. 바로 『진화는 어떻게 내 생각을 바꾸었나?』(IVP)다.
이 책은 단순히 논리적 설명으로 진화와 신앙의 양립 가능성을 말하지 않고 실제 삶의 이야기들과 함께 우리에게 진화에 대한 내용을 전달한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신앙의 선배가 자신이 겪은 어려움, 혼란과 함께 논리적 설명을 들려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책에는 25명의 신앙인이 나온다. 그들의 직업은 과학자부터 목회자, 신학 교수 등 다양하다. 그들의 경험은 다양하지만, 진화에 대한 반감이 강한 교회 분위기에서 과학을 전공하면서 혼란에 빠지기도 하고 자신이 진짜 믿는 하나님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그들 대부분은 하나님이 두 가지 방식으로 말씀하신다는 것을 믿게 되었고, 기독교 역사에서 과학과 나머지 일반 학문을 배격하지 않고 조화롭게 바라보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조화 가운데 살면서 불필요한 오해와 혼란에 빠진 이들에게 괜찮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이제 이어갈 26번째 이야기
이 책의 전체 기획은 “바이오-로고스”라는 기관에서 맡았는데 이 기관은 과학과 신앙의 조화를 믿고 이를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 교육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이 기관은 역사적 기독교 신앙을 따르고 ‘진화적 창조’를 받아들인다고 선언하면서 다른 관점을 가진 이들과의 대화와 자연과 성경을 통한 진리 추구를 목표로 삼는다(“Core Commitment of Biologos” 참고).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과학과 신학의 대화’를 통해서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교회 현장에서, 특히 교회 교육에서 더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 예전에 읽은 『성경, 바위, 시간』(IVP)이라는 책도 지질학적 근거로 젊은 지구론을 비판하면서, 잘못된 과학 상식에 근거한 복음 전파는 도리어 복음 전파와 신앙에 걸림돌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을 교회 안의 하나님만이 아니라 온 세상을 만드시고 성경과 함께 일반 학문에서도 자신을 드러내시고 말씀하시는 분으로 이해하고 그분의 세상을 공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그저 교회의 성장이나 개인적 성취를 목표하는 것이 아니라 크신 하나님의 ‘복음’을 더 알고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25명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우리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면서 주변에 우리의 창조주 하나님을 알리고 그분의 세계를 공부함으로써 그분을 더 사랑하고 알아가길 바란다.
*참고할 자료(아래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정재경
보수적인 신앙에서 자라다가 독서 모임들을 통해서 다시 신앙과 세상을 보게 된 목회자 후보생이다. 현재는 독서와 신앙의 조화를 꿈꾸며 고민과 씨름을 하고 있다.
*본 글은 한국교회 탐구센터, 과학과 신학의 대화와 공동주최하여 뉴스앤조이에서 진행한 서평 공모전에서 우수서평으로 선정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