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숲의 좁은 길에서 했던 숨바꼭질 놀이를 떠올려 봅니다. 작은 몸을 나무 뒤로 숨긴 채, 햇살조차 나를 보지 못한 척 살짝 눈감아 주기를 바라던 조마조마함. 가까이 다가오는 누군가의 발소리에 얼굴이 발그레해지도록 숨을 참던 순간. 그러면서도 나를 끝까지 버려두지 않고 제일 먼저 찾아 주기를 기다리던, 아슬아슬하고 역설적인 감정. 숨어 있었을 때의 두근거리는 설렘이 생각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은밀한 떨림을 더한다 해도 술래를 맡았을 때의 박진감엔 비길 수가 없습니다. 머물러 있는 술래는 없습니다. 술래는 반드시 출발점을 벗어나 숨어 있는 벗을 만나러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니까요. 아이들이 잔바람만 남기고 저마다의 곳으로 사라져 숨어 버렸을 때, 홀로 역동적으로 순회하는 것이 술래입니다. 술래는 전율의 물결을 품고 벗들을 찾아 나서는 숨가쁜 운명을 지닙니다.
들어가는 글: 되찾고 싶은 이야기
도서 소개
■ 책 소개
“그대를 이 숨바꼭질 여정에 초대합니다”
성경이라는 광활한 숲에 숨어 있는 여성 인물 열두 명을 찾아, 그 마음의 풍경과 절실한 목소리를 다시 듣고 그들에게 임한 은총을 가까이서 목도하는 열두 달의 묵상 순례 여행이다. 저자 오지영은 독자를 ‘술래’로 초대해 하란의 우물가, 수넴의 다락방, 사마리아의 우물가와 예루살렘 성전 뜰 등 성경의 현장으로 이끈다. 역사·지리·문화적 배경과 히브리어·헬라어 원문의 결을 세심하게 살피면서, 몇 구절에 압축되어 있던 인물들의 삶과 믿음을 생생한 이야기로 되살려 낸다.
이 책은 오랫동안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찾아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세상의 그늘과 삶의 한계 속에서도 하나님을 사모하고 생명과 은총을 붙들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 역시 자신의 삶 속에서 잃어버렸거나 숨겨져 있던 ‘되찾고 싶은 이야기’를 발견하도록 초대한다.
■ 출판사 리뷰 성서의 숲에 숨어 있던 그녀들
성경이라는 광활한 숲에는 많은 인물들과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들은 서로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치며 이어져 때마다 과실을 맺고 씨를 뿌리고 새로운 이야기로 뻗어 나간다. 그중 눈에 띄는 이름들은, 아브라함-이삭-야곱으로 이어지는 족장들과 이스라엘의 열두 아들, 출애굽 사건의 주역인 모세, 왕국 시대 이후 하나님 말씀의 대언자들인 선지자들, 마지막 선지자이자 신약 시대의 문을 연 세례 요한, 성경의 중심인 예수 그리스도, 예수님의 열두 제자, 그리고 사도 바울 등이다. 그러나 이들의 굵직한 아름드리 나무들 사이에 다른 수많은 인물과 이야기가 숨어 있다. 예를 들면,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를 이어 온 리브가, 레아, 다말, 라합, 마리아. 간절함으로 모세를 살린 요게벳, 엘리사를 환대한 수넴 여인, 세례 요한을 낳은 엘리사벳. 그리고 예수님이 열어 가시는 새로운 하나님 나라의 질서를 보여 준 이름 없는 여인들. 수로보니게 이방인, 사마리아 여자, 간음한 현장에서 잡혀 온 여인, 열두 해 혈루증을 앓았던 여자. 우리의 시선이 잘 닿지 않았던 곳,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곳에도 풍성한 이야기가 있다.
술래 여행? 순례 여행!
저자는 독자들과 함께 ‘술래’가 되어, 성서의 숲에 숨어 있는 그녀들을 찾아 그 현장을 방문한다. 술래단이 찾아 만나는 사람은, 약속의 땅으로 떠나는 결단을 내린 리브가, 사랑받지 못하는 자리에서 하나님을 사모한 레아, 생명을 이어 가기 위해 자기 삶을 걸었던 다말과 요게벳, 구원을 기다린 라합과 수넴 여인, 경계 밖에서도 예수님을 붙든 수로보니게 여인과 사마리아 여자다. 사람들의 정죄와 배제 속에서도 생명을 향해 손을 내민 이름 없는 여성들과, 마침내 “말씀대로 이루어지이다”라고 응답한 마리아다. 이들은 단지 수동적으로 기다리고 견디기만 한 사람들이 아니다. 송민원은 추천사에서 이 여성들이 오랫동안 “기다리는 사람, 견디는 사람, 남의 결정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사람”으로 읽혀 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가 원어의 결을 따라 발견하는 것은 사모하고, 붙들고, 끝내 놓지 않는 믿음의 힘이다. 이 책은 그들의 선택과 기다림, 고통과 믿음을 찬찬히 되찾아 성경의 구원 이야기 속에 다시 놓는다.
하란의 우물가에서 예루살렘 성전까지, 현장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스토리텔링 주석’
『성서의 숲에 숨어 있던 그녀들』의 특징은 무엇보다 읽는 방식에 있다. 저자 오지영은 독자 술래단을 이끌고 성경의 한 장면 안으로 곧장 걸어 들어간다. 마치 노련한 투어 가이드처럼 “저쪽을 보세요” “우리도 따라가겠습니다” “찾았습니다!” 하는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독자는 하란의 우물가에 서서 리브가가 물동이를 내려놓는 모습을 지켜보고, 레아의 얼굴을 가린 너울 너머 눈빛을 바라보게 된다. 여기에 고대 근동의 지리와 문화, 성경 인물들의 이름이 지닌 의미가 더해진다. 따스한 햇빛과 파고드는 바람, 어디선가 풍겨오는 향기, 달빛과 구름 등 감각을 일깨우는 묘사도 장면마다 겹쳐지면서 오래전 성경의 이야기를 눈앞의 생생한 현장으로 되살린다. 주석적 해석과 묵상적 읽기, 학술적 설명과 문학적 묘사가 만나 몇 구절에 압축된 성경의 기록을 입체적인 장면으로 되살리는, 이러한 오지영의 글쓰기를 김회권 교수는 “참 감동적인 스토리텔링 주석의 좋은 모범”이라고 평가한다.
히브리어와 헬라어의 작은 차이까지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말씀의 결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성경 원어에 대한 세심한 독해다. 저자는 시카고 무디 신학대학원에서 성경 연구와 영성 형성 및 제자 훈련을 공부했으며, 존더반 아카데믹이 수여하는 성서 언어 우수상을 히브리어와 헬라어 두 부문에서 동시 수상한 바 있다. 이러한 배경은 각 장의 원어 묵상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리브가의 “가겠나이다”라는 한마디, 레아를 바라보는 창세기의 표현, 복음서 속 여성들의 동작과 예수님의 말씀에 이르기까지, 원어를 통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단어와 문법, 어순의 뉘앙스를 세심하게 살핀다. 그렇다고 원어 설명 자체가 목적이 되지는 않는다. 한 단어가 인물의 마음과 행동을 어떻게 드러내는지를 보여 주고, 그 발견을 다시 독자의 묵상으로 이어 간다. 그래서 이 책의 원어 연구는 성경을 어렵게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그동안 희미하게 보였던 인물과 상황을 조금 더 선명하게 바라보게 돕는 렌즈가 된다. 책 뒤에 마련된 히브리어·헬라어 ‘원어 찾아보기’ 역시 이러한 읽기를 돕는다.
열두 달의 순례 여행 끝에 도착한 은총의 자리
저자의 다정한 안내를 따라 성경 사건 현장에 동석해 있는 동안, 독자는 그녀들의 이야기에 자신의 고통을 잇대고 그녀들의 본보기를 따라 그리스도 구원의 역사 안으로 함께 이끌린다. 여행이 계속될수록 숨어 있던 그녀와 술래인 독자 사이의 경계가 흐려진다. 그녀들의 두려움과 상실, 갈망과 기다림 안에서 어느 순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의 암울한 벽에 가로막혀 그늘 속으로 밀려난 이들에게 하늘의 거룩한 광채는 여전히 손을 내밀고 있으며, 순종과 생명을 선택하고 믿음으로 그분만을 구하고 바라고 붙드는 자는 찬란한 구원의 은총을 만나게 된다. 정신실 소장이 추천사에서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뛴다. 술래이며 동시에 숨었거나 숨겨진 그가 바로 나이고, 나의 이야기였음을 깨닫게 하는 힘”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여행은 성경의 여성들에게 임한 은총을 조명함으로써, 독자 스스로 '되찾고 싶은 이야기'를 빚어 가도록 초대하는 영적 탐색이다. 성경의 숲에서 그녀들을 찾아 나섰던 여행은 그렇게 결국 독자 자신의 삶으로 돌아온다.
■ 이 책의 특징
- 1년 열두 달의 흐름에 맞춰 리브가에서 마리아까지 성경의 여성 인물 열두 명을 만난다.
- 성경 원어인 히브리어와 헬라어를 살펴, 익숙한 우리말 성경에서 지나치기 쉬운 섬세한 결을 드러낸다.
- 역사·지리·문화적 배경과 문학적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성경의 현장으로 직접 들어가는 듯한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 본문 이해와 인물 해석에서 멈추지 않고, 그 이야기를 오늘 독자의 고백과 기도로 이어 간다.
- 각 장 끝의 ‘기도 노트’를 통해 읽은 내용을 자신의 삶과 연결하여 묵상하고 기록할 수 있다.
- 책 뒤의 ‘원어 찾아보기’를 통해 본문에 나온 히브리어와 헬라어를 다시 찾아볼 수 있다.
■ 대상 독자
- 성경 속 여성 인물들을 좀 더 깊고 입체적으로 만나고 싶은 독자
- 익숙한 성경 이야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읽고 싶은 그리스도인
- 히브리어와 헬라어가 열어 주는 성경 본문의 깊이를 어렵지 않게 경험하고 싶은 독자
- 성경 연구와 묵상, 이야기와 영성이 함께 어우러진 책을 찾는 독자
- 설교와 성경 공부를 위해 인물의 역사·문화적 배경과 원어 해설을 참고하고 싶은 목회자와 신학생
- 삶의 상실과 한계, 기다림에 지친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님 앞에서 다시 발견하고 싶은 독자
지은이 & 옮긴이 소개
오지영
하나님께서 이루어 가시는 구원의 역사 속으로 깊이 들어가 그 말씀과 삶이 만나는 자리를 오래 바라보고 싶다. 듣고 보고 만질 수 있는 ‘생명의 말씀’(요일 1:1)을 사랑하고, 믿음의 벗들과 함께 묵상하며, 삶의 길을 순례하고자 한다. 시카고 무디 신학대학원(Moody Theological Seminary)에서 성경 연구와 더불어 영성 형성과 제자 훈련(Spiritual Formation and Discipleship)을 중심으로 목회학을 공부했다. 미국의 저명한 기독교 출판사 존더반 아카데믹(Zondervan Academic)에서 무디 신학대학원 졸업생에게 수여하는 성서 언어 우수상을 히브리어와 헬라어 두 부문에서 동시에 수상했다. 매달 발행되는 「생명의 삶 PLUS」(두란노) 신약 부분 원어 묵상 집필자로 섬겼으며, 『따름, 그 회복의 여정』(IVP), 『룻기 묵상 28일』(홍성사), 『간절함의 자리』(두란노), 『아버지와 나누었던 그림 대화』(공저, 샘터사) 등을 썼다. 『어린이 큰 소리 성경』(1-5권, 홍성사)을 우리말로 옮겼다. 가족과 함께 미국 미시간주에 거주하며, 미국 현지 교회인 모퉁잇돌교회(Cornerstone Community Church)와,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넘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됨을 배워 가는 미크베 에클레시아(Mikveh Ecclesia) 교회 공동체에서 말씀 지도 목사로 섬기고 있다.
목차
들어가는 글 | 되찾고 싶은 이야기
구약 편 | 해오름달에서 누리달까지
1 해오름달: 약속의 땅을 향한 순종의 개척자에게 임한 은총 • 리브가
2 시샘달: 절애의 하나님을 사모하는 자에게 임한 은총 • 레아
3 꽃내음달: 끝끝내 생명을 선택한 자에게 임한 은총 • 다말
4 잎새달: 불확실한 상황 속에 하나님 은혜만 붙든 자에게 임한 은총 • 요게벳
5 푸른달: 겸허히 하늘의 구원을 기다린 자에게 임한 은총 • 라합
6 누리달: 분깃을 지킬 아들의 소생을 믿은 자에게 임한 은총 • 수넴 여인
신약 편 | 빗방울달에서 맺음달까지
7 빗방울달: 주님과의 ‘코이노니아’를 포기하지 않은 자에게 임한 은총 • 수로보니게 이방인
8 타오름달: 하늘의 생수를 구한 자에게 임한 은총 • 사마리아 여자
9 거둠달: 생명의 돌만을 의지한 자에게 임한 은총 • 정죄받지 아니하는 죄인
10 온누리달: 맨 끝의 자리에서도 예수님을 구한 자에게 임한 은총 • 열두 해 혈루증을 앓았던 여자
11 눈마중달: 언약의 성소만을 간절히 바라본 자에게 임한 은총 • 엘리사벳
12 맺음달: 말씀대로 이루어질 것을 믿은 자에게 임한 은총 • 마리아
나가는 글
주
참고 문헌
원어 찾아보기
추천사
이 책은 주체적이고 입체적인 신앙의 시야를 얻고자 하는 성도와 신학도에게 깊은 통찰을 전해 줄 것이다. 특히 성경 원어가 열어 주는 깊이와 영혼을 어루만지는 묵상을 함께 경험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따뜻하고 믿음직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강영안 한동대학교 석좌교수
이 책의 독자는 멀리서 성경 이야기를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와 함께 하란의 우물가, 수넴의 다락방, 페니키아의 해안, 예루살렘 성전의 뜰을 걸어 다니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작은 자들의 주변부적 삶도 하나님의 구원 스토리가 시작되는 현장이 될 수 있으며, 여성 주인공들이 보여 준 생명 보양과 살림의 사명이 하나님의 자녀들 모두에게 위탁된 사명임을 일깨운다. 김회권 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 구약학 교수
그녀들은 오랫동안 수동적인 자리에 놓여 왔다. 기다리는 사람, 견디는 사람, 남의 결정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사람으로. 그러나 참으로 흥미진진하면서도 애틋한 이 숨바꼭질에서 술래가 찾아낸 것은 기다림의 힘이다. 사모하고 붙들고 끝내 놓지 않는 일이 얼마나 힘센 행위였는지를, 저자는 원어의 결을 따라가며 드러낸다. 송민원 더바이블 무브먼트 공동대표
인간과 진리 사이의 가장 가까운 지름길은 이야기라 했던가. 저자는 히브리어와 헬라어 원어의 결을 섬세히 짚어 내는 학자의 눈과, 그것을 살아 있는 이야기로 들려주는 이야기꾼의 입을 함께 지녔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심장이 빠르게 뛴다. 술래이며 동시에 숨었거나 숨겨진 그가 바로 나이고, 나의 이야기였음을 깨닫게 하는 힘, 이것은 다정하게 홀리는 저자의 필력이다. 정신실 Ruach루아영성심리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