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약 중간사를 넘어서
구약과 신약을 온전히 이어 주는 핵심 고리,
제2성전기를 만나다
■ 책 소개
제2성전기는 주전 516년 성전이 재건되고 주후 70년 로마에 의해 파괴되기까지의 시기를 뜻한다. 흔히 ‘신구약 중간기’라는 모호한 용어로 불리는 이 시기는 신약의 배경이나 성경 밖의 이야기쯤으로 치부되어 왔다. 그러나 제2성전기는 구약성경이 완성되고 구약 신앙이 응집된 절정기이자, 막강한 제국들 사이에서 신앙의 본질을 붙들고자 분투한 격동기다.
구약학자 김근주는 치밀하고 성실한 연구를 통해 이 방대한 시기를 망라했다. 구약과 신약이 단절된 듯 보이는 오늘날, 제2성전기는 왜곡된 관점을 바로잡고 그 간극을 메울 열쇠가 될 것이다.
■ 출판사 리뷰
왜 제2성전기인가?
제2성전기는 바빌론 포로 귀환자들이 성전을 재건한 주전 516년부터 로마에 의해 파괴된 주후 70년까지의 시기를 가리킨다. 이 시기는 흔히 ‘신구약 중간기’라는 모호한 용어로 불리며 단지 신약의 배경이나 성경 밖의 이야기쯤으로 치부되어 왔다. 그러나 이 용어는 부적절하며, 이 시기를 단지 신약의 배경으로 치부하는 것 역시 옳지 않다. 저자는 ‘신구약 중간기’, 혹은 ‘신구약 중간사’라는 용어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신구약 중간기’라는 이름으로 이 시기를 다루는 것은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 이 명칭은 언제나 제2성전기를 신약성경, 혹은 기독교 신앙의 배경사로서 다룰 때 사용된다. 그러나 신약성경이 증언하고 선포하는 내용은 제2성전기의 기다림에서 이어지거니와, 그 기다림은 구약 예언자의 선포, 그리고 오경의 율법과 분리하기 어렵다. 제2성전기는 신약의 배경 정도가 아니라 구약성경의 형성을 통해 구약 신앙이 응집되는 시기이며, 이 시기를 거쳐 쿰란 공동체, 신약의 기독교, 그리고 랍비 유대교가 등장하고 형성된다는 점에서, 이 시기를 ‘신약의 배경사’로만 여기는 것은 극히 단편적인 시각임을 알 수 있다.” _서론 중에서
이렇듯 제2성전기는 구약성경이 완성되고 구약 신앙이 응집된 절정기이자, 막강한 제국들 사이에서 신앙의 본질을 붙들고자 분투한 격동기다.
구약성경이 완성되고 구약 신앙이 응집되다
이 책은 포로기부터 시작한다. “두 번째 성전 건립의 직접적 원인이 첫 번째 성전의 파괴라는 점에서, ‘제2성전기’ 연구는 첫 번째 성전의 파괴 이후 시기를 우선적으로 다룰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특히 포로기와 페르시아 시대는 구약성경이 형성되고 편집되며 완성된 중요한 시기다.
구약학자인 저자는 예레미야애가, 에스겔서, 학개-스가랴서, 에스라-느헤미야서를 비롯한 각 성경이 어떤 정황 속에서 형성되었고, 어떤 메시지를 강조하는지 충실하게 다룬다. 이를 통해 우리는 구약성경이 역동성과 다양성을 가진 문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시대의 한복판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산물이 바로 구약성경이다.
“구약성경은 하늘에서 단번에 뚝 떨어진 책이 아니라, 고대 이스라엘 역사 속에서 형성되어 간 책이다.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반성과 해석이 그들의 신앙 전승을 수집하고 형성하게 했고, 그렇게 형성된 문헌들이 그들로 하여금 새로운 시대를 해석하며 살아가게 했다. 구약성경이라는 경전과 그들의 현실은 그야말로 상호 작용을 하며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_머리말 중에서
제국들의 시대, 변화하는 신앙
포로기와 두 번째 성전이 존속했던 시기는 바빌론-페르시아-헬라-로마 제국이 차례로 막강한 위세를 떨친 시기였다. 그 영향 아래 놓인 이스라엘은 더 이상 이전의 신앙을 고수하기 어려웠고, 그 과정에서 신앙의 모습에도 여러 변화가 나타났는데, 이를 두고 변질, 혹은 타협으로만 볼 수 없다. 오히려 제국들 사이에서 신앙을 지키려고 씨름한 흔적이었다.
“신앙은 시대 변화와 결부된다. 시대 변화가 신앙의 특정 부분을 또렷이 부각하고 그렇게 부각된 신앙이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며 역사 안에 존재하게 한다. 역사와 신앙 공동체는 상호 작용을 한다.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그 신앙과 신앙 공동체는 소멸된다.” _3장 헬레니즘 시대 중에서
특히 중요한 특징은 성전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적 신앙에서 음식 규례, 할례, 절기 준수 같은 외적 표지를 중심으로 하는 개인적 신앙으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첫 번째 성전이 파괴되고, 포로로 끌려가고, 헬레니즘이 확산되며, 안티오코스 4세의 박해를 겪는 동안 물리적 성전의 의미는 약해졌고, 대신 상징적 성전과 외적 표지가 중요해졌다. 이러한 양상은 신약성경의 맥락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저자는 신약성경을 반드시 구약성경과 제2성전기와 연관해서 읽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신약성경은 전적으로 제2성전기의 기다림에서 피어난 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제2성전기의 기다림은 구약성경이 증언하고 선포했던 기대에 기반한 것이라는 점에서, 신약성경의 선포는 구약성경에서부터 이어져 오는 오랜 신앙 전승과 율법, 약속이 피어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신약성경은 반드시 구약성경에 기반하여 이해해야 하며, 구약 신앙이 최종적으로 정립된 시기인 제2성전기와 연관하여 이해해야 한다.” _서론 중에서
구약과 신약을 온전히 이어 주는 연결고리가 바로 제2성전기다. 따라서 제2성전기 연구는 “마치 금이 그인 듯이 구약과 신약으로 분리된 복음의 실체를 규명하고자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