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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만 충만한 삶을 위한 대화(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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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유진

책 『살며 사랑하며』하워드 밴더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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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받던 날이 기억난다. 1984년 봄, 부활절 아침에 나는 서대문구 신촌동의 한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 고등부에서 나를 맡고 있던 선생님은 축하한다며 큰 꽃다발을 안겨 주셨고, 신자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날을 맞은 나는 오후가 될 때까지 내내 감격과 흥분에 싸여 있었다.

그날은 볕이 유난히 좋아서 지붕 그림자가 땅바닥을 까맣게 도려낸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나는 툇마루에 앉아 성령이 주시는 감동을 기다렸다. 세례를 받으면 바로 기적적인 변화가 일어나, 마음은 불처럼 뜨거워지고 눈에서는 감격의 눈물이 터지며 여태 알지 못했던 신비로운 하늘의 지식을 알게 되고 입에서는 갑자기 방언이 흘러나올 줄 알았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그날, 특이한 일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성경을 읽으며 자란 고등학생은 그리스도인의 삶이 온통 기적과 신앙의 선조들이 행했던 것과 같은 영웅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으며 세례란 받자마자 자동적으로 놀라운 일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지점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살며 사랑하며의 저자 하워드 밴더웰은 세례받은 날 당장 성령받은 표식이 나타나지 않아 실망한 소녀에게 세례란 무엇인지, 생수, 성령을 받은 삶이란 어떤 것인지 알려준다. “우리 가운데 많은 이들은 성령을 유아기에 맞는 예방접종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한 번 실시한 예방접종을 통해 영구적으로 질병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그렇다면 성령의 사역도 그렇게 이루어지는가? 우리 안에 단 한 번 성령이 들어오시면 영구적 면역과 같은 안전이 보장되는 것인가?’ 오히려 성경은 성령과 함께하는 삶이 역동적이고 계속 변화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살며 사랑하며, p. 28).


그는 신앙인들이 일생 분투하며 맞닥뜨리는 지점들, 혼란스러워하거나 궁금해하는 주제들에 대하여 잘 알고 있었다. 그는 40년 동안 현장에서 목회를 하고 은퇴한 이후에는 16년 동안 칼빈 신학교와 칼빈 대학교에 속한 기독교예배연구소에서 일하면서, 회중 가운데 일하는 사역자들을 섬기는 사람으로 일했다. 그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간난신고를 겪었다. 출산 도중 딸을 잃기도 하고, 식구들이 큰 수술을 받는 것을 보아야 했으며, 자신도 암 투병을 세 차례나 했고, 네 번째 암이 발병했을 때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이 책은 그가 신실한 신앙인으로서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하여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돕고자 쓴 책이다. 목사와 교수와 아버지로서 받아 온 수많은 질문들, 스스로 고민했던 지점들에 대하여 평생 답을 찾던 사람이 생의 막바지에 다다라 자신의 믿음과 경험과 지식을 농축하여 정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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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과 나누는 목회적 대화


그는 서문에서 자신의 책을 삶이 얼마나 귀한 것이며 어떻게 하면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좀더 심화된 묵상을 담은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 책은 독자들과 나누는 목회적 대화. 독자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풍성한 삶을 누리는 것, “서로 마음을 열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은혜와 섭리로 허락하신 시간들을 가장 풍성하고 만족스럽게 사용하는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데 쓰임받는것이 그의 소망이었다.

 

이 책의 내용은 어렵지 않다. 모든 세대가 다함께 읽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책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결코 가볍거나 얄팍하지 않다. 신앙의 연수가 긴 사람들은 이미 잘 아노라 오해하고 있던 개념들을 바로잡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명쾌하면서도 친절한 설명을 들을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제대로 살고 싶으나 유혹과 시련에 부닥쳐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은 주님께서 함께하신다는 위로와 격려를 받을 것이다. 청년과 장년과 노인들이 다함께 이 세대를 거슬러 살라고 말씀하시는 도전을 받을 것이다. 인생에 꼭 필요한 80가지 주제에 관한 묵상글과 이어 나오는 적용 질문을 개인적으로나 여럿이 함께 읽고 실천해 가는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그를 아는 지식이 자라게 될 것이다.

 


최유진

아름다운 것과 참된 것을 늘 열망하며 살아간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반평생 동안 책을 만들며 살아왔다. 엄마는 오늘도 소금 땅에 물 뿌리러 간다』를 썼다.
IVP 20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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