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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스토리텔링 주석의 좋은 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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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스토리텔링 주석의 좋은 모범

-오지영, 『성서의 숲에 숨어 있던 그녀들』 추천의 글



김회권 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 구약학 교수




『성서의 숲에 숨어 있던 그녀들』은 성경의 중심 서사에서 상대적으로 주변화되거나 익명 처리된 여성들의 삶의 궤적을 자세히 추적하여 그들이 하나님의 구원 역사에서 어떤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는가를 보여 준다. 저자는 성서의 숲에 감춰져 있던 여성들이 하나님과 더불어 낯선 땅을 찾아 떠나는 아브라함 같은 신앙인이었음을 세밀하게 복원해 낸다. 성경 본문에 대한 깊고 자세한 정독 그리고 본문 밖의 역사적 증언(역사·지리·문화적 배경 연구)을 통해, 주변화되었던 여성 주인공들의 삶을 지탱하고 이끈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를 부각시킨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성경 본문을 원어로 자세하게 읽고 그것의 숨은 의미들을 찾아냄으로 조연이나 단역배우처럼 보였던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앞세운다. ‘낳았다’는 동사의 주어로 자리 잡은 ‘남성들의 계보와 서사’에서 남성들 뒤에서, 옆에서, 때로는 앞에서 그 계보와 서사를 실제로 유지하고 보존하며 공동체를 변화시킨 여성들에 주목하는 저자는 두 가지 중심 메시지를 증거한다.


첫째, 성서의 숲에는 잘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믿음과 생명과 구원의 역사를 감당한 여성들이 있으며, 그들은 결코 주변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오히려 사회적 약자, 이방인, 과부, 불임 여성, 죄인, 병자, 이름 없는 여인들의 삶을 통해 자신의 은총과 구원 계획을 드러내신다. 저자는 이 하나님 주도적인 이야기에서 여성들이 또한 주도적으로 감당한 면모도 세밀하게 밝혀낸다. 여성들은 사회적 차별과 낙인찍기, 수치, 배제, 상실, 생존의 위기 앞에서도 믿음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하나님의 동역자가 된다. 이것을 무엇을 의미하는가? 숲에 감춰진 평범한 사람들,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작은 자들의 주변부적 삶도 하나님의 구원 스토리가 시작되는 현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성경의 숲에 숨어 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되찾는 일은, 오늘날 주변화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되찾는 일이기도 하다.


둘째, 여성 주인공들의 신앙과 영성은 ‘살림’을 위한 신앙이며 생명을 ‘보양’하는 데 위력을 드러낸 영성이라는 점을 잘 부각시킨다. 그래서 저자는 여성의 몸을 수치나 부정함의 대상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불임, 임신, 출산, 출혈, 질병, 성적 낙인과 같은 문제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그 몸을 하나님의 생명 역사와 연결한다. 특히 혈루증을 앓던 여인과 마리아를 연결시켜 읽는 것은 인상적이다. 한 여인은 피를 흘리는 몸 때문에 부정한 사람으로 취급된다. 다른 여인은 성령으로 생명을 잉태한 몸 때문에 오해와 비난을 받는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여성의 몸은 하나님의 치유와 구원이 드러나는 현장이 된다. 또한 레아와 다말, 라합과 마리아의 ‘생명 보양적’ 신앙 여정을 복원해 내는 저자의 스토리텔링은 독자들에게 깊은 동정심과 연대감을 불러일으키며 아울러 성경 읽기의 몰입감도 선사한다. 이 생명 보양(잉태와 양육)과 살림의 사명은 생물학적 여성들만의 몫이 아니다. 하나님의 자녀들 모두에게 위탁된 사명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여성들의 사명에 관한 책이 아니라, 모든 신자의 사명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오지영 방식의 성경 읽기가 가진 매력을 다채롭고 풍성하게 보여 준다. 오지영 작가는 주석적 해석과 묵상적 읽기를 절묘하게 결합하고, 학술적 설명과 문학적 묘사를 잘 조화시킨다. 본문의 지리적 배경과 원어를 설명하면서도 빛, 물, 달, 숲, 우물, 길, 방, 바람 등의 이미지에 반복적으로 호소한다. 각 인물의 거주지 묘사, 인물이 처한 역경 묘사 등에서는 어쩔 수 없는 독자들의 감정 이입도 일어난다. 이처럼 저자는 평면적 대화를 입체적 대화로 복원하고 등장인물들의 입으로 발설되지 못한 채 마음속에서 갈무리된 속생각들과 은밀한 감정들도 재생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결코 본문의 경계를 마음대로 넘지 않고 주석과 원어 연구,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성서를 해석하면서도 그 너머를 바라본다. 저자는 독자를 본문 장면 속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멀리서 성경 이야기를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와 함께 하란의 우물가, 수넴의 다락방, 페니키아의 해안, 예루살렘 성전의 뜰을 걸어 다니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저자는 성경 본문에 명시적으로 나타난 사실과 자신의 묵상적 상상을 결합하여 이러한 서술을 이루어 낸다. 예를 들어 하늘의 빛, 달빛, 여성의 표정, 걸음걸이, 손동작 등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현재적이고 감각적인 사건으로 읽히게 만든다. 이러한 방식의 성경 읽기는 익명화되고 주변화된 주인공들을 현실감 있게 재생해 내는 데 위력을 발휘한다. 수넴 여인, 혈루증을 앓던 여자,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혔던 여인처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 이름을 얻는다. 이 책에서 익명화된 주인공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 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 보도록 초대하는 하나님의 동역자들이다.


결론적으로 『성서의 숲에 숨어 있던 그녀들』은 참 감동적인 스토리텔링 주석의 좋은 모범이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오지영 식 성경 읽기에 동참하여 소박하고 평범해 보이는 우리네 일상에서도 하나님을 생각하고 만나는 감격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IVP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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