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은 버려야 할 것인가, 회복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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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라는 단어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금기어에 가깝다. 한국 교회에서 욕망은 흔히 죄와 동일시되며, 자기를 부인하고 욕망을 버려야 한다는 가르침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성경은 욕망 자체를 악한 것으로 보는가?
정신과 의사이자 신학자인 커트 톰슨은 신간 『영혼은 욕망한다』(Soul of Desire)에서 욕망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속성이며 인간 안에 새겨진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원함, 즉 욕망하는 것은 하나님을 닮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세상의 잿더미 속에서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모든 일은 욕망에서 시작된다고 선언한다. 문제는 욕망 자체가 아니라 욕망의 방향이다.
『영혼의 해부학』과 『수치심』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세밀하게 탐구해 온 저자는 이번 책에서 욕망에 대한 통찰을 아름답고 탁월하게 풀어낸다.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발달하고 왜곡되며 회복되는지를 신경과학과 심리학, 성경의 지식과 통합하여 설명하고 있다. 특히 뇌과학이 밝혀낸 인간의 관계성과 변화의 원리를 성경의 창조와 타락, 구속의 이야기 안에서 해석하며, 과학과 영성이 서로를 비추는 통합적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임상 현장의 생생한 사례와 예술 작품을 함께 엮어 독자들의 마음에 깊은 공명을 일으키는 점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당신은 무엇을 원하는가?”(막 10:51; 눅 18:41; 마 20:32 등). 예수님께서 여러 사람에게 던지셨던 이 질문은 우리의 욕망에 대한 질문이다. 지금 이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내가 만난 그리스도인들 다수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거나 “특별히 원하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욕망을 억제하는 데 익숙하다 보니 원하는 것을 아예 인지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욕구와 소망을 표현하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여긴다. 그러나 예수님은 우리의 욕망이 명료하게 드러나게 하셨고, 그 욕망을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통로로 사용하셨다.
상담실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질문을 하면, 대개의 내담자들은 당면한 문제의 해결이나 고통의 감소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는 것, 정신과 신체의 건강, 자녀의 문제 해결, 취업, 배우자와의 관계 회복 등등 대답들이 술술 나온다. 그러나 “그 문제가 해결된다면 무엇이 달라지기를 원하나요?”, “그것이 당신 삶에 어떤 의미인가요?”라고 거듭 묻는 순간, 답은 더 깊은 곳으로 향한다. 결국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온전하게 사랑받고, 안전하며, 자신의 가치가 확인되고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임을 발견하게 된다. 표면적 욕망들 아래에는 더 근원적인 욕망, 곧 영원을 향한 영적 갈망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욕망을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면, 그곳에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올바른 방향을 가진 욕망은 하나님 나라의 아름다움과 선을 창조하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 어거스틴이 말한 것처럼 ‘주께서 우리를 당신을 향하도록 창조하셨기 때문에’ 우리의 모든 욕망은 오직 ‘주님 안에서만” 온전히 채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의 욕망은 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악은 욕망을 왜곡하여 수치심과 자기중심성을 심고 창조세계를 일그러뜨린다. 하나님은 그 욕망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하심으로 새창조를 이루신다. 따라서 우리는 성령의 조명 아래 우리의 욕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분별해야 한다.
커트 톰슨은 우리의 욕망을 회복하는 핵심 방법으로 ‘고백 공동체’를 제안한다. 안전한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가장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서로를 진실하게 받아들일 때, 왜곡된 욕망은 치유되고 하나님을 향해 새롭게 방향을 잡게 된다. 다만 이러한 공동체는 높은 수준의 신뢰와 성숙한 리더십이 요구되므로 교회의 소그룹이나 가정과 같은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적지 않은 준비와 훈련이 필요해 보인다. 책에서 묘사된 여러 사례와 예술 작품의 설명은 감동적이지만, 집단 심리치료와 유사한 고백 공동체의 세부적 요소와 보이지 않는 역동을 다루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시대를 살아간다. 더 많이 소유하고 더 크게 성공하면 결핍이 채워질 것이라는 메시지가 끊임없이 우리를 유혹한다. 그러나 이 책은 욕망을 없애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욕망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그것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분별하고 훈련하라고 권한다. 한국 교회가 오랫동안 강조해 온 ‘욕망의 절제’를 넘어 ‘욕망의 성화’라는 새로운 영성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하나님을 향해 새로워진 욕망은 개인의 삶을 넘어 공동체를 새롭게 하고 세상 속에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는 창조의 힘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당신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예수님의 질문 앞에 다시 서도록 초대하는 안내서이다.
지금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즉 나의 욕망이 무엇인지 주목해 보자. 그리고 상상력을 가지고 그 욕망을 통해 이루실 아름다움을 응시하자. 서로의 욕망을 반갑게 맞이하고 진지하게 탐문하며 머물러 줄 사람들과 함께 욕망의 선한 에너지를 하나님 나라를 위해 활용하게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