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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통해 보는 세상과 삶 (『성경적 비판 이론』 정독 세미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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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_ 『성경적 비판 이론』  (크리스토퍼 왓킨 | 신재구 옮김)
글_김윤기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Th.M)


 
콜럼버스가 달걀 한쪽 끝을 깨뜨려 세울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했을까 상상해 본다. 어떤 사람은 비웃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화를 냈을지 모르겠다. 어떤 사람은 환호했을 것이다. 반응이 어떠했든 그의 달걀은 새 길을 여는 하나의 출발점이 되었다.

크리스토퍼 왓킨의 『성경적 비판 이론』은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지나온 뒤를 돌아보고 더 좋았던 때로 돌아가자는 목소리들로부터, 나아갈 앞을 바라보고 하나님이 우리 앞에 두신 것에 집중하자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춘성 목사님의 강의는 이 책의 그러한 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잘 드러내어 주고 빛나게 했다. 소위 ‘벽돌책’들은 그 가치를 발휘하기도 전에 독자의 사기를 꺾고 포기하게 만들곤 하는데, 이번 강의는 장애물을 피하고 해자를 뛰어넘게 해 주었다. 세계관 운동의 흐름과 철학의 사조 가운데 왓킨의 주장이 어떤 지점에서 어떤 가치가 있는지 잘 드러내어 주는 귀한 시간이었다. 책의 핵심과 뼈대가 파악되자 책 곳곳에 활짝 핀 봉우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성경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
 
『성경적 비판 이론』은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각이 있다. 그런데 그 시각들은 서로 대립하여 양립하지 못한다. 어느 하나를 잘 드러내려고 하면 다른 하나를 놓치게 된다. 예를 들어, 정의를 강조하다 보면 차가워지기 쉽고, 사랑을 강조하다 보면 공정성을 잃기 쉽다. 왓킨은 그렇게 어느 한쪽으로 기운 시각으로부터 우리를 나오게 한다. 더 큰 그림을 보게 하고, 더 균형 잡힌 생각을 갖게 하고, 더 조화로운 입장을 취하게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으로부터 나오는 힘이다.

성경은 우리를 어느 한쪽으로 경도되게 하지 않는다. 온 세상을 아우르고 모든 사람 모든 세대를 품을 수 있는 눈을 열어 준다. 그러므로 신자는 성경에 의해 생각이 달라지고 마음이 변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새로워져서 성경적 비판 능력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은 중도가 아니라 하나님의 시각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모든 것을 포용하는 초월적인 시각이다. 성경적 비판 이론이 우리에게 주는 유익이다. 이 땅에 발을 디디고 살지만 하나님이 주신 은혜로 하나님의 시각으로 세상을 엿볼 수 있게 하는 특권이다. 왓킨의 ‘성경적 비판 이론’은 사람들의 편향되고 부분적인 비판 이론들을 해체하고 비판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우리의 눈을 새롭게 하고 우리의 생각을 다시 쌓아 올려 세운다.


세상 너머로 나아가는 하나님 나라
 
성경적 비판 이론은 우리를 과거에 붙들어 매지 않는다. 종종 우리는 ‘근원으로 돌아가자’는 구호를 외치며 과거의 영광을 바라본다. 창조 때의 영광과 초대교회 때의 풍성함으로 돌아가자는 식이다. 하나님께서 그 날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보이신 아름다움이 있으니 그것을 바라보는 일이 무엇이 문제이겠느냐마는, 우리는 ‘그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하나님은 그보다 더 나은 세계를 준비하시고 나타내시며 또한 그것을 우리에게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장차 임할 하나님 나라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이 과거에 주신 은혜와 영광을 바라보고 배울 뿐 아니라, 또한 미래로 열어 두신 나라를 바라보고 달려가야 한다.

하나님이 시작하신 세상과 하나님이 세우신 교회는 하나님이 하신 일이기에 그 시작부터 너무나도 영광스럽게 빛난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하나님이 우리를 그 경이로운 세상에 두시고 거기에 만족하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더 경이로운 세상으로 우리를 인도하신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세우시는 하나님 나라로 이끄신다. 그 안에는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이 모두 만족되며 조화를 이룬다. 차갑고 갑갑하게 법으로만 통치되는 나라도 아니고, 따뜻하기만 해서 이도 저도 아닌 무질서한 나라도 아니다. 공의를 세울 뿐만 아니라 사랑이 충만한 나라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세운 나라이다. 우리에게 주실 나라이다. 우리는 예수님을 바라보며 그 나라가 어떠할지 배우고 상상하며 살아가게 된다.

성경은 우리를 과거에 얽매이게 하지 않는다. 바리새인처럼 더 오밀조밀한 법과 질서로 숨 막히게 만들지도 않는다. 하나님의 질서와 사랑 가운데 사는 법을 배우게 한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상상하며 그 나라 백성으로 오늘을 살게 한다. 성경적 비판 이론은 우리가 ‘사랑의 해석학’(hermeneutics of love)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비판하며, 모든 삶을 사랑 가운데 행하도록(고전 16:14) 길을 안내하고 독려한다(811쪽).

좋은 안내자를 만나서 하나님 나라를 둘러보는 즐거움을 누렸다. 더 자주 그 길을 걷고 돌아보며, 우리에게 임하게 하실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고 살기를 갈망한다.




IVP 202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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