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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안고 사는 우리 모두를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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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_ 『불안을 이기는 작은 습관들』(제이슨 큐직 | 윤종석 옮김)

글_강주혜 (심리케어 워케이션 플랫폼, ‘마인드쉘터’ 대표)



나는 상담이란 일을 좋아한다. 오랜 시간 상담을 하다 보면, 사람들은 저마다 불안과 삶의 문제를 안고 있음을 알게 된다.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할 때도 많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진중하게 들어 주는 과정에서 내담자 스스로 답을 찾아내기도 한다. 내가 내담자와 같은 문제와 불안을 안고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공감할 때 그들이 위로를 얻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한 경험은 나에게 상담이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함께 불안을 나누고 공명하는 시간임을 일깨워 준다.


그렇다. 나 역시 불안하다. 삶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늘 불안이 따라붙는다. 원하는 일이 좌절될 때마다 마음은 흔들리고,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혹시 내 말 한마디, 내 태도 하나로 누군가가 상처받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몰려올 때면 또 다른 불안이 엄습한다. 상담사도 이렇게 불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내담자가 알게 된다면 그들의 불안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겹친다. 아이러니하게도 불안은 불안을 낳는다.


그래서 『불안을 이기는 작은 습관들』을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이 책은 대단한 학자의 냉철한 이론서가 아니다. 오히려 저자 자신이 불안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헤어나지 못하던 시절, 그 고통 가운데서 길어 올린 고백과 작은 실천을 모은 기록이다. 저자의 모습은 늘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흔들리는 내 모습과 닮아 있어 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상담사라는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이 책은 “그 어떤 누구도 자신의 불안을 진솔하게 말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 주었다.


특히 마음에 남는 장면은 22장(p. 189)에 나오는 기도문이다. 저자는 “과도한 책임감”을 인지 왜곡으로 고백한다. 겉으로 보기에 멋있어 보이지만 실은 하나님을 떠나 자기 자신을 높이는 교만일 수 있음을 깨닫고, 그 틈을 파고드는 사탄의 정죄를 고백하며 하나님께 자비를 구한다.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짓눌릴 때마다 떠올리게 되는 기도다.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이렇게 기도하기 시작했다.


“주님, 저의 불안을 받아 주옵소서. 책임감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얽매며 주님이 주시는 은혜의 자리를 놓치지 않게 하소서. 저를 정죄하는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주님의 사랑 안에서 자유를 누리게 하소서.”


이 책은 나를 기도하게 만든다. 상담사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불안을 해갈해 주어야 하는 나조차도, 이 책 앞에서는 어린아이처럼 내 불안을 하나님께 고백하게 된다. 동시에 저자가 들려주는 기도문과 작은 습관들은 불안에 흔들리는 우리에게 새로운 언어를 선물해 준다. 상담사도, 내담자도, 그 누구도 불안을 피해 갈 수 없지만, 하나님 앞에서 그 불안을 솔직히 드러낼 때 우리는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 책이 불안을 없애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불안을 안은 채로 어떻게 지혜롭게 이를 다뤄야 하는지, 동시에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에 기대어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를 알려 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하루의 시작을 앞두고 이 책이 가르쳐 준 작은 기도의 습관을 새기며 다시 불안을 안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





IVP 202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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