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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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구선우 (연세대학교 선교학 박사과정)
“하나님은 믿는데, 잘 모르겠어요.”
한 청년에게 신앙생활을 하는 이유를 묻자 한참 고민 후에 들은 대답이다. 이 청년과는 고등부 학생과 담당 목사로 만나 뜨거운 신앙생활을 함께 했었다. 5년의 시간이 지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니 그 시절의 열기는 추억으로 남아 버리고 말았는지 청년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답은 알고 있지만, 정작 이유를 묻자 쉽게 답하지 못했다.
비단 이 청년만의 일일까? 많은 이들이 나름대로 확실한 답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질문이 무엇인지 잊고 사는 것 같다. 부모의 신앙을 물려받아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도 많다. 이들은 쉽게 답을 알게 되었지만, 정작 질문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다. 그러니 입시의 고통, 취업의 벽, 결혼과 육아의 현실을 마주할 때 하나님 곁을 떠나 버리기 쉽다.
현대인의 천로역정
마침 오스 기니스의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를 읽었다. 이 책은 현대인을 위한 천로역정 같다. 이 책 덕분에 삶의 존재 의미와 목적에 대해 그 청년과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이 책은 먼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문화적 현실에 대해 정확히 지적하고, 우리로 다시금 출발선에 서도록 인도한다. 삶의 의미를 성찰하지 않는 세상, 물질주의, 상대주의,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탁월한 인생지침서이다. 하나님 나라를 향한 순례자의 여정은 결말만큼이나 출발이 중요하다. 책은 위대한 여정으로의 초대에 힘이 실려 있다. 신앙 여정의 안내자를 자처한 오스 기니스는 먼저 성찰하지 않는 삶을 지적하고, 우리 모두가 ‘직접’ 위대한 추구(Great Quest)를 통해 개인의 실존과 궁극적 실재를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인간의 의미 추구와 성찰하는 삶은 탐험이고 순례다. 의미를 향한 여정이고, 인생길 자체를 최대한 누리려면 피할 수 없는 추구다.” (37쪽)
어쩌면 인간의 목적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창조, 타락, 구속으로 이어지는 기독교 세계관 도식은 쉽게 체감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십자가의 은혜는 아직 섣부르다. 존재의 이유, 의미를 묻지 않는 이들에게 타락과 유혹, 죄에 대한 해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친절한 안내자
오스 기니스는 궁극적 실재를 찾아가는 여정을 질문, 해답, 검증, 결단이라는 4단계로 차분하게 안내한다. 갓생을 추구하고, 의미를 찾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답을 묻는 이들에게 좋은 답을 주기보다,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 함께하도록 초대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조급한 마음에 쉽게 답을 먼저 제시하지만, 오스 기니스는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함을 보여 준다. 섣불리 답을 내리지 않고, 매우 친절하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일방적이지 않다. 신앙을 변호하는 일방적 논증이 아니라, 직접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동시에 먼저 자신을 찾는 여정을 걸었던 선배들을 소개한다. 블레즈 파스칼, G. K. 체스터턴, C. S. 루이스 같은 멋진 선배들이 이미 고민하고 걸었던 길이다. 이러한 소개로 이 여정이 나 혼자만의 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또한, 기독교를 과학, 철학, 무신론, 타 종교와 비교하고 검증해 볼 것을 제안한다. 반면, 답만 남아 버린 기독교 세계관은 비교하길 거부한다. 대화보다는 자신과 같은 신앙을 강요하고, 다름이 보이면 가르치려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교는 방황하는 이들이 하는 것이다. 때로는 방황도 필요하다. 진지한 비교를 통해 깨달음을 얻어야 진정한 결단이 따라온다. 책이 말하는 것처럼 따듯한 자세로 원점부터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그 길은 결국 신뢰와 결단의 길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다시 봄
세상은,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사는지 묻지 않는다. 우리는 여유를 잃어버렸다. 모르고 있음도 모를 정도로 말이다. 그러니 더욱 잠시 시끄러운 세상에서 눈을 감아 보자.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답을 내려놓고,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처음으로 돌아가자. 질문하지 않는 시대에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비그리스도인에게는 진지한 삶의 목적을 성찰하고, 길을 찾는 여정을 함께 걷도록 제안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에게는 다시 한번 점검의 시간을 가지라고 촉구해야 한다. 답이 예수라면, 질문은 무엇인가? 나는 내 신앙으로 살고 있는가? 기독교 세계관은 과연 나의 세계관인가? 질문이 사라졌거나 흔들리고 있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를 통해 이번 기회를 통해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구선우 (연세대학교 선교학 박사과정)
좋은 답을 찾기보다, 좋은 질문을 하려고 애쓰는 사람. 관계의 얽힘에 관심이 있다. 『배트맨 크리스천』, 『다음세대입니다』를 썼다. 교회 안팎에서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