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부르짖던 당신에게(이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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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용화
책 『밤에 드리는 기도』티시 해리슨 워런 지음
밤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긍정적일 때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인식하는 밤은 어두움과 괴로움 등의 암울한 이미지를 대변한다. 그러나 창조 때, 빛과 어두움을 나누사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다는 말씀은 나뉘어진 그 자체로 선하고 아름다웠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빛은 긍정이고, 어둠은 부정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하나님이 아름답고 선하게 지으신 창조세계를 왜곡시키는 굴절 렌즈로 작용하는지도 모른다.
오늘을 예배로, 밤에는 기도로
티시 해리슨 워런은 『오늘이라는 예배』를 통해 예전적 삶이 가져다주는 영적 유익을 아주 설득력 있게 주장했다. 그리고 모든 개인에게 주어진 ‘평범한’ 삶을, 각각의 예배와 예전으로 하나님 앞에 ‘특별하게’ 드릴 것을 권면했다. 이 권면은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주효했고, 내게도 아주 유익한 제안이었다. 그녀의 제안을 따라, 아침에 일어나는 그 순간 습관적으로 붙들고 시작했던 핸드폰을 내려놓고, 곧장 이부자리를 정리하며 그 자리에 앉아 충분히 하나님을 묵상하려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런 노력들은 내 삶을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님 앞에 놓아두려는 의식을 만들었고, 신앙에 있어서 적잖은 유익을 얻었다.
저자의 두 번째 책 『밤에 드리는 기도』는 삶의 가장 어두운 순간을 드러낼 때 흔히 사용되는 밤의 이미지를 분명하게 바꿔 줄 수 있는 책이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기도한다. 그러나 어둠은 물러가지 않고, 여전히 내 주위는 어둡다. 그 어둠이 나를 짓누를 때, 벗어나려 발버둥 쳐 보지만 실패하고 만다. 기도하는데 왜 어둠은 물러가지 않을까. 하나님이 나를 외면하시기 때문인가? 저주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그 밤을, 어둠을 원하시기 때문이다. 그분은 어둠 속에서 당신을 찾기를 원하신다.
어둠 가운데 머무시는 하나님
하나님은 문제를 해결해 주시지 않는다. 아마도 기도 응답을 경험한 이들보다, 하나님의 기도 응답을 아직 받지 못한 이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왜일까? 우리는 ‘동굴’처럼 느껴지는 ‘터널’ 속에 있다. 그 끝은 막다른 골목이 아니라, 빛이 보이는 출구다. 당신은 잠시 어둠을 경험하고 있을지 모른다. 바로 그때가 하나님을 찾을 적기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하나님은 출구로 인도하시지만, 때로는 밤 그대로, 밤 거기서, 밤중에 기도하기를 원하신다. 하나님은 어둠을 끝내는 방식이 아니라, 어둠 가운데 함께 머무시는 방식으로 우리를 위로하신다.
주님도 자신에게 일어날 어둠의 일들을 막지 않으셨다. 오히려 우리 때문에 겪어야 할 극한의 고통 가운데로 담담히 걸어 들어가시고, 우리로서는 질 수 없는 짐을 대신 지셨다. 우리가 통곡하며 흘렸어야 할 모든 눈물을 자신의 피와 땀을 섞어 대신 우셨다. 우리가 고통 가운데 신음할 때 이리 나오라 말씀하시지 않고, 내가 너와 함께 있노라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빛으로 이끄시는 하나님을 기대하지만, 하나님은 보다 먼저 어둠 가운데 들어오사 그곳에 함께 머물며 빛으로 걸어 나가신다. 나와 함께 말이다.
어둠 속에서 만나는 하나님
문제를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떤 하나님을 기대하는가?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전능한 하나님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밤에 나와 함께 있어 줄 하나님을 간절히 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기보다, 밤 그때에 내 손을 잡아 주며 나와 함께 있어 줄 하나님 말이다. “때로는 그저 다음 한 시간을 버티게 해 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고통의] 신비를 견딜 때는, 단지 한 걸음 더 내딛기에 충분한 빛이면 된다”(p. 109). 우리는 어두운 때에 주님을 만난다. 밤에 드리는 기도 가운데 함께 하시는 주님으로 충분함을 경험한다.
저자는 주님께서 우리의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을 기대함과 동시에, 진정으로 “우는 법을 배우라”고 권면한다. 우리 중 누구도 슬픔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가운데 가장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조차도 나를 비틀거리게 할 만큼의 고통을 짊어지고 있다.”(p. 71). 그렇기에 우리는 ‘울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한바탕 잘 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워야 한다. 이 고통의 시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이 고통의 시간을 즐기며, 파수하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울며 기다리는 가운데 안아 주시는 하나님을 더 깊이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트는 새벽을 바라보게 하는 책
아픔과 슬픔 가운데 있다면, 이 책을 읽어 보라. 저자는 아픔을 다루지만 아픔을 잊게 한다. 슬픔에 깊이 공감하면서 슬며시 웃게 만든다. 밤에 드리는 기도를 말하지만 동트는 새벽을 바라보게 만든다. 『오늘이라는 예배』가 아침 이부자리를 정돈하게 했다면, 『밤에 드리는 기도』는 잠자리를 바꿀 것이다. 이 세상은 결코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밤에 드리는 기도』는 우리가 고통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아름다움을, 고통 덕분에 보게 만드는 요술을 부린다. 오늘부터 잠자리를 정돈하며, 하나님 안에서 그분을 넉넉히 누리는 기도의 사람들이 생겨날 것을 기대한다.
이용화
시은이 남편과 다겸, 다함이 아빠 역할이 인생의 감사요 행복인 예수따름이.
※이 글은 “IVP 독.서.단 Season 8”의 우수 서평으로 선정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