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를 위한 하나님의 임재 연습(정모세)
관련링크
본문
글 정모세
책 <오늘이라는 예배> 티쉬 해리슨 워런
밤이다. 이 글 덕분에 오늘 하루를 되돌아본다. 월요일은 언제나 부담스럽다. 되도록 모든 것을 잊고 주말을 보내려고 했던 것만큼, 그만큼 더 월요일에는 아직 침대에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는 새벽에도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이 묵직하게 떠오른다. 잠을 설쳐서 그런지, 허겁지겁 올라탄 광역버스에서는 스마트폰을 금세 내려놓고 정신없이 잠에 빠져든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급박한 일정에 쫓기는 작업의 표지 방향을 되도록 빨리 잡기 위해서 오전까지는 꼭 확정해서 넘겨야 할 책 제목 관련 작업을 먼저 해 둔다.
그 외에 급한 건 서너 개를 마무리하고 나서야, 평소 하듯 먼저 메일함을 열어 메일을 체크한다. 다행히 오늘은 메일로 전달받은 갑작스러운 폭탄 같은 일이 없다. 메일함을 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제발’이라고 일종의 간단한 기도 같은 것을 읊는 습관이 생긴 게 언제부터였는지. 부서원들이 보내 둔 주간보고를 하나하나 열어 보면서 이번 주 동안 편집부에서 해야 할 업무 계획을 세우고 11시 반에 잡혀 있는 주간 편집회의 준비를 한다. 아차, 저작권사에서 오늘까지 답변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지 논의하기로 했었다는 부서원의 카톡이 뜬다. 관련자 3인의 긴급 대책 회의...
그렇게 퇴근 무렵이 되면 버거운 월요일 하루를 그럭저럭 보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벌써 하루가 지나갔고 나머지 나흘도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가면 어쩌나 하는 일종의 두려움 같은 것이 살짝 깃들지만, 과감히 떨쳐 버리고 지하철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죽음 이후의 영원한 삶을 믿는 자들이긴 하지만, 그것은 하나님께 전적으로 맡기고 기다려야 할 부분이고, 일단은 이 땅에서 받은 부름을 따라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 그리고 그 하루야말로 내가 살고 있는 진짜 삶이다. 어디서 많이 들었듯이, 오늘 하루를 잘 사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잘 사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신자유주의적인 각박한 생존의 분위기 속에서, 지치도록 치열하게 내쫓기듯 살아가는 이들에게 더욱더 채찍질하기 위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는 하루를, 그 하루의 순간순간을 신앙으로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돌아보자는 것이다.
설거지를 할 때도 하나님의 임재를 연습했다는 로렌스 수사의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그러한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도전과 도움을 주는 유명한 책이다. 그리고 오늘 소개하려는 책은, 바로 그 흐름 속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바로 우리 동시대 사람들의 삶을 돌아보도록 도움을 주면서도, 또 기독교 전통 속의 여러 보화들을 잘 갈무리하여 연결시키는 책, <오늘이라는 예배>다.
이 책은 아침에 잠에서 깨면서부터 밤에 다시 잠을 자는 일까지 하루 전체의 일과를 쭉 따라가면서, 그 일상의 빤하고 빤한 반복을 어떻게 신앙을 통해 이해할 것인지, 그리고 그래서 어떻게 그 일상을 살 것인지와 살아나게 할 것인지를 함께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기상-침대 정리-양치질-열쇠 분실-남편과의 다툼-이메일 확인-교통 체증-친구와의 통화 등등 하루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세례-예전-성육신-고백-평화의 인사-성소 등과 같은 교회 특유의 신앙 예전과 연결하는 가운데, 우리의 반복되는 하루의 사소한 경험들이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있는 믿음의 순간들임을 깨닫도록 여러 도움을 준다.
우리의 일상과 예배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저자의 관찰과 성찰을 따라가다 보면, 정신이 바짝 든다. 특유의 위트를 잃지 않은 채 섬세하게 그려 나가는 일상 이야기는 바로 나의 이야기인데, 그 속에 숨어 있는 소중한 의미들이 발굴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어쩌면 내가 오늘 겪은 그 수많은 일들이, 그리고 내일과 모레 반복해야 할 조금은 고달프기도 하고 지겹기도 한 그 식상한 나날들이 하나님이 선물이라는 본연의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커다란 기도 제목과 인생 목적도 간과할 수 없지만, 오늘의 소소한 순간들이야말로 하나님을 만나고 그분을 누리는 순간임을 잘 드러내 주는 이 책을 읽고 나니, 이 책이 예로 들지 않는 하루의 지점들도 하나하나 성경의 이야기와 교회의 신앙과 이어 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지하철 안에서의 시간, 퇴근 후 저녁 식사, 업무회의 같은 것들 말이다. 그 나머지 부분은 내가 묵상하며 풀어가야 할 모험으로 남겨져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기독교 잡지 <크리스채너티투데이>에서 한 해에 한 권만 뽑는 2018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이 책에는 책 뒤의 토론 질문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한 것들을 활용해서 교회에서 함께 읽어 간다면, 교회의 예전과 일상의 생활을 함께 돌아보면서 나눌 거리가 참 많을 것이다.
정모세
믿고 행동하는 삶을 꿈꾼다. IVP 편집장으로, 두레교회 협동목사로 일한다.
*이 글은 성결교단 잡지인 <활천>(2019년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활천의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