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상은 예배인가요?(지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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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지혜리
책 『오늘이라는 예배』티시 해리슨 워런 지음
최근 삶이 무너져 있었다. 주위 사람은 몰라도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일상을 과하게 향유한 탓도 있다. 살은 찌고, 마음은 저 밑바닥까지 내려갔다. 내 삶이 가치 없게 느껴졌다.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하루에 많이 만나야 두 명, 저녁 모임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밤 열 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보상 심리로 야식 처묵(^^) 그리고 늦은 취침….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다. 일상의 의미를, 활력을 되찾아야 했다. 그때, 「오늘이라는 예배」를 만났다.
무너진 일상에서 만난 『오늘이라는 예배』
우리의 일상이 예배가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평일에도 주일처럼 말씀 보고 기도하고 찬양하라는 것인가? 그보다는 잠에서 깬 순간부터 다시 잠자리에 들기까지의 내 ‘몸의 움직임(혹은 움직이지 않음)’과 관련이 있다. 이부자리를 개고, 이를 닦으며, 냉장고에 있던 음식을 꺼내 먹는 것, 회사에서 일하고, 가족 혹은 친구와 갈등하며, 교회 지체들과 교제를 나누는 것, 잠시의 쉼 그리고 잠, 이 모든 것이 예배의 현장이다.
우리의 사소한 하루가 거룩한 예배가 될 수 있는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예수의 성육신’ 또 하나는 ‘사람의 특성’이다.
예수께서 우리와 같은 몸으로 이 땅에 오셨다. “말씀이 고기를 잡으러 가셨다. 말씀이 주무셨다”(17면)는 서문의 표현은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말씀이 육신이 되셨다는 사실은 일상을 세속적이고 가치 없게 여기는 이단적 생각을 무너뜨린다. 예수를 닮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궁극적 목표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께서 몸으로 사신 일상을 되짚어 우리의 일상을 재조명해야 하지 않을까?
책 전반에 흐르는 ‘사람’에 대한 생각은 이렇다. ‘사람이 하는 행위의 일차적 동기는 대부분 의식적 사고 혹은 세계관이 아닌 습관화된 어떤 것, 즉 우리의 오장육부가 욕망하고 사랑하는 것과 관련해 작동한다.’ 쉽게 말해 사람은 아는 대로 살기보다 욕망하고 사랑하는 대로 사는 존재다. 무언가를 욕망하고 사랑하는 것은 반복적 실천, 습관으로 형성된다. 그렇기에 하루하루의 습관과 반복적 행동들은 하나님을 사랑하게도, 다른 것을 사랑하게도 할 수 있다.
『오늘이라는 예배』를 책을 펼쳐 놓고, 잠에서 깬 순간부터 다시 잠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저자의 인도를 따라가 보라. 우리가 지금 사랑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말로만 하나님을 사랑하고 예배하지는 않았는지, 예수의 성육신을 머리로만 인식하고 살지는 않았는지,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풍성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진리를 하루에 대고 문지르다
일상의 깊은 묵상에서 나온 저자의 섬세한 표현들은 그 바탕에 다방면의 신학이 깔려 있다. 저자도 반복해서 이야기하기를 ‘거대한 신학 담론들을 이야기하기 좋아하지만 결국 일상의 작은 순간에 구체화’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예수님의 복음으로써 변화되는 데 일생을 들여야 한다면, 나는 교리, 신학, 교회론, 그리스도론과 같은 거대하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진리를 평범한 하루의 결에 대고 문지르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그리스도 안에서 이 평범한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가 결국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사는가다.”(34면)
나는 책을 읽기 전, 일상을 강조했을 때의 부작용-상대적으로 교회를 등한시하게 되는 것-을 염려했는데 9장에서 걱정을 덜었다. 아니, 더 시원해졌다. ‘온전한 교회 됨을 위해 그리스도인 각자는 일상의 습관, 예전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반성했다. ‘건강한 교회론을 갖고 공동체를 세워 간다 한들 일상의 습관이, 나의 욕망과 사랑의 방향이 하나님을 향해 있지 않으면 무슨 소용일까?’ 하고 말이다.
하나님 나라의 거대한 비전을 논하기 이전에, 내 삶의 반경 10미터 안에서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나의 관점과 주장이 삶에 구체화되고 있는지, 내가 믿는 진리를 평범한 하루의 결에 대고 문지르고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책을 읽은 뒤 내 삶의 몇 부분이 변화되었다. 먹고, 자고, 운동하고, 삶의 패턴을 바로잡는 것 등을 거룩한 일, 소중한 일로 인식하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휴대전화를 집어들기 전, 하루를 두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한다. 더 정확히는 화살기도로 쏘아 올린다. 냉장고의 남은 반찬을 ‘처리’한다는 마음보다 수고한 농부와 거두게 하시고 먹이시는 하나님의 자비에 감사하며 먹는다. 더불어, 머지않은 때에 엄마가 될 날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잦아든다. 일상을 성실히 살아가시는 많은 엄마들에 대한 존경심은 더 깊어진다.
추신. 일상의 예배를 더욱 풍성히 하고픈 분들은 이 책과 더불어 제임스 스미스의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IVP), 로드 드레허의 『베네딕트 옵션』(IVP), 랭던 길키의 『산둥수용소』(새물결플러스)를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변화하는 시대 속에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삶에 힘을 더해 줄 것이다.
지혜리
대한민국에 사는 서른 살 여성. 남편에게 사랑받는 아내. 천사 같은 세 마리 고양이를 모시고 사는 집사. 대구 기쁨의교회에서 대학생, 사회 초년생들과 함께하고 있는 간사. 러빙핸즈 캠퍼스 활동가.
*본 글은 IVP 독자서평단 공모전에서 우수서평으로 선정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