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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와 삶을 엮어 내는 교육(최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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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경희(수원 탑동초등학교 교사, 좋은교사운동 위기학생연구회 대표)

책 : 『뇌 과학과 사회과학이 말하는 가르침의 여정』- 뮤리얼 엘머·두에인 엘머 지음, 홍종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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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분리된 교육

저자(두에인)는 남아공에서 가르칠 때 모지스라는 훌륭한 신학생을 만났다. 그는 누구보다도 신뢰받고 많은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는 학생이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모지스는 삶의 위기 앞에서 목회를 그만두게 된다. 모지스는 이렇게 말했다. “신학 대학에서 받은 교육은 교회 사역이나 제가 직면하게 될 문제들을 감당하도록 저를 준비시키지 못했습니다”(18면). 두에인은 자신이 교사로서 실패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는다. 그 후 교육학 교수이자 아내인 뮤리얼 엘머와 함께, 50여 년 동안 온전한 배움을 탐색한 결과물인 ‘5단계 학습 주기’를 만든다. 


이 책은 무엇보다 뇌 과학 이론에 근거해서 인간이 어떻게 학습하고 배운 바를 삶에 적용하여 성장에 이르는지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룬다. 엘머 부부의 학습 단계는, 신영복 선생이 말한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발로 이어지는 과정을 잘 보여 줌으로 현장에서 가르치는 교사와 강사만이 아니라 교육과 관련된 누구에게나 유용하리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어떤 방식으로 가르쳐야 지식이 학생의 삶에서 체득될 수 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학습이 온전한 배움으로 연결되는지 알게 될 것이다. 



5단계 학습 주기

5단계 학습 주기 모델은 정보를 머리로 기억하고(1단계: 회상), 그 정보를 가슴으로 귀하게 여기며(2단계: 공감), 어떻게 사용할지 궁리하는 과정을 거친다(3단계: 숙고). 3단계를 통과한 후에는 변화를 가로막는 장해물이 있다. 이를 극복하고 나서는 행동을 바꾸기 시작하고(4단계: 실천) 행동이 반복되어 습관이 형성된다(5단계: 습관). 하나의 진리가 단순한 지식이나 뜨거운 열정으로만 남지 않고 내 삶의 열매로 이어지려면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과정이 필요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리는 어떤 지식을 접할 때 ‘이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를 생각하면서 취사선택한다. 이런 과정이 없는 암기식 학습은 쉽게 잊힌다. 따라서 주입식으로 강의하기보다는 지식과 의미가 결합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야 한다. 특히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열린 질문은 뇌를 사로잡고 흥미를 자아내며 토의를 이끌어 낸다. 아울러 배운 것을 회상하고 시연해 봄으로써 지식을 파지하도록 도울 수 있다. 저자는 이것을 정보를 기억하는 ‘1단계: 회상’이라고 한다. 

 

그다음은 ‘정서’ 또는 ‘느낌’을 다루는 2단계인데, 이는 학습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신경 쓰이는 일이 있거나 불편함을 느낄 때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 이는 정서를 관장하는 뇌 부위가 이를 위험신호로 받아들여 사고 활동을 제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사가 수업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안전감’을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을 지지하고 신뢰감을 주는 것은 그들이 정보를 귀하게 여기는 데 핵심적 부분이다. 이처럼 ‘2단계: 정서’에서는 그동안 무시되어 왔던 ‘정서 영역’이 교육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다. 


이렇게 교수된 학습은 학생 안에서 숙고의 과정을 통과한다.



 전이(숙고)는 “(1) 관련 정보에 관해 생각하고(작업 기억) (2) 그것을 (장기 기억에 있는) 과거의 내용과 연결함 

  (3) 적절한 행동에 관해 (미래를) 숙고하기 시작함”을 의미한다. (119면)



교사는 학생들끼리 상호작용하면서 자신의 경험과 이론을 연결 짓도록 도와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고정관념을 뚫고 인지 부조화를 이겨 낼 수 있도록 함께 견뎌 주어야 한다. 예수님이 바리새인에게 다가가서 그들을 흔들어 놓았지만 결국 그들은 자신의 틀에서 나오지 못했다. 자신들의 고정관념과 예수님의 말씀 사이에 발생하는 긴장(부조화)을 숙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 또한 숙고의 과정을 거치지 못하면 배움이 자신의 삶 속에 영향력 있게 자리 잡을 수 없다. 바리새인의 위선처럼 삶과 유리된 지식으로 남기 쉽다.


숙고 이후에 우리는 장해물을 만난다. 삶에는 무수한 시험과 장해물이 있다. 새가 씨를 먹어 버리는 길가처럼 굳어진 마음일 수 있고(개인적 장해물), 씨가 말라 버린 돌밭과 같은 우리의 나약함일 수도(사회의 부정적 압박), 가시덤불 같은 제약일 수도 있다(문화적 통념). 교사는 학생들에게 장해물을 극복할 수 있는 도전적 학습 과제를 제공해야 한다. 엘머 부부는 장해물 극복을 위한 학습 과제와 그 적용 사례를 상세히 제시하고 있어 현장에서 활용하기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장해물까지 통과하면 이제 실제 삶에서 실천해야 한다. 행동으로 옮기는 문제는 여전히 만만치 않다. 행동은 의지나 동기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생들이 서로 의지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학습 공동체를 구축함으로 실천력을 키워 줄 수 있다. 학생은 교사의 지지를 받으며 한 번 행동하고 두 번 행동하고 여러 번 반복하면서 새로운 행동에 성공할 것이다. 행동이 반복되면 일관된 행동이 되고 일관성 있는 행동은 결국 습관이 된다. 



“하나님이 촉구하시고 성령께서 힘주신 순종을 꾸준히 실천하면 결국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순종은 의무가 아니라 사랑과 헌신의 행위가 된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성숙의 과정을 거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된다. 위대하신 하나님과 관계 속에서 내가 그런 사람이 되었고 그런 상태에 있고 싶기 때문이다. 삶은 더 통합적이게 되고 더 온전해진다. 내 인격 안에 만들어진 모든 미덕은 그 미덕을 불러일으키시는 하나님을 영화롭게 한다. 하나님은 그런 미덕이 그분의 백성에게서 드러나는 것을 보고 기뻐하신다. 온전함과 바른 인격에 더해, 우리는 지혜를 얻는다. 지혜는 하나님의 진리에 따라 사는 것이다. 솔로몬이 지혜가 으뜸이라고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275면)





통합된 믿음

나는 대학생 시절 교회학교 교사를 했는데 교회 교육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성경 말씀은 얼마나 영향력을 미쳐 왔을까?’ 생각해 보았다. 50년 세월 동안 설교와 분반 공부 시간에 들었던 아브라함, 모세, 다윗, 예수님의 삶은 나에게 한낱 영웅 신화에 지나지는 않았는지 반문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떨 때는 너무 식상한 이야기라고 치부하기도 하고 뻔한 이야기라고 넘기기도 하며 그렇게 머리와 가슴에만 맴도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았나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길가나 돌밭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은 바로 나였다. 


책은언제까지 과거의 실패한 가르침을 답습할 것인가라고 질문하는 같았다. 진리를 학생들의 삶에 깊이 뿌리내리도록 가르칠 있는데 하지 않느냐고 묻는 같았다. 우리는 너무 많은 지식과 배움이 오히려 독이 됨을 안다. 학생들에게이게 뭐라고 생각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질문해 보자. 답은 학생들에게 있다. 성령님이라는 내면의 교사가 학생들에게 알려 것이다. 당신이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5단계 학습 주기를 숙지하고 아이들을 교육해 보기를 적극적으로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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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P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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