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이기는 작은 습관들』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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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_ 『불안을 이기는 작은 습관들』(제이슨 큐직 | 윤종석 옮김)
글_신안나 (『불안을 이기는 작은 습관들』 책임 편집자)
횡단보도를 건널 때, 왼발이 하얀 부분을 밟으면 오른발도 반드시 하얀 부분을 밟는다.
피아노를 칠 때, 한 발이 어쩌다 페달에 부딪히면 다른 발도 페달에 똑같이 부딪는다.
어린 나에게 이는 의식과도 같은 일이었다. 언젠가(중고등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다) 분명 이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의식을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어린 시절에 비해 그런 의식을 수행하는 횟수는 분명 줄었지만, 의식을 수행해야 한다는 욕구는 여전히 내 뇌리에 파고들곤 했다.
나이가 더 들면서 이제는 양쪽의 균형을 맞추는 일보다 가스는 잠갔나, 불은 껐나, 문은 제대로 닫혔나 등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일상생활을 크게 흔들 정도로 신경이 쓰인 건 아니어서, 그저 그런 증상을 줄여야겠다고 노력했고 대부분 잘 해소되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 어떤 계기로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과 상담하게 되었는데, 내 기저에 불안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때부터 난 불안을 의식했다. 불안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너무 게을렀던 데다가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 시간 기도로 승부를 걸었다. 많은 경우, 기도만으로 불안을 충분히 이겨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불안은 호시탐탐 내 마음 끝자락에 몰래 스며들었고, 기도의 힘으로 이겨 내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내 기저에 불안이 있음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의식을 거행하는 횟수는 많이 줄어들었다. 원인을 알았기 때문이다.
불안이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나날을 보내던 중, IVP 편집장님으로부터 불안에 관한 책을 맡아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난 흔쾌히 수락했고, 사심을 담아 읽다 보니 책이 너무나도 잘 읽혔다.
『불안을 이기는 작은 습관들』은 전문 연구자가 쓴 책이 아니다. 불안이 어디에 기인하는지 정신 의학적으로 깊이 말하지 않는다. 이 책은 불안이라는 강에 깊이 빠져 있던 사람의 처절한 투쟁 기록이자 생존 전략이다. 저자는 본인이 겪어 온 불안을 솔직하게 터놓으면서 하나하나 극복하는 전략을 공유한다. 심리학 서적을 꽤 많이 읽어 본 사람으로서, 조금 뻔하다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어차피 그 내용을 거치지 않으면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기에 좋은 내용을 복습한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당연히 뻔한 내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처음 보는 내용일지라도 저자가 친절하고 간결하게 설명하기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그런 내용을 넘어가면 여러 화려한 기술(?)이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기술을 적용하는 상상을 하기만 해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내 불안이 다 사라졌는가? 전혀 아니다. 불안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그러나 이전에는 불안이 나를 다뤘다면, 지금은 기수가 말을 다루듯 불안을 다루는 방법을 전보다 조금 더 잘 알게 되었다. 슬프게도 불안은 계속 나와 함께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불안이 내가 누구이며, 왜 존재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나를 계속 자극하고 성장시키는 요소 중 하나로 보인다.
기도도 중요하다. 하지만 눈을 감고 말로 기도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다만 그렇게 말로 하는 기도만이 기도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내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그 과정에서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모습을 찾아가는 모든 지적·인지적·행위적 과정 또한 기도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기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원래는 서평 같은 글을 전혀 쓰지 않지만, 열선이 고장 나 고열만 나오는 전기장판 위에서 살을 벌겋게 달구면서도 뛰쳐나올 생각을 하지 못하고 이불만 걷어차면서 몸을 요리조리 돌리는 나날을 보내는 수많은, 이곳저곳에 정체를 밝히지 못하는 불안쟁이들에게 일단 전기장판에서 뛰쳐나오는 방법이라도 가르쳐 주는 책이라는 걸 말해 주고 싶어 글을 써 본다. 어차피 인간에게 불안은 없어지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불안이라는 말과 나라는 기수가 혼연일체가 되어 달려야 인생이라는 평탄치 않은 길을 덜 흔들거리며 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불안을 잘 제어해야 한다. 『불안을 이기는 작은 습관들』은 그렇게 불안에 씌우는 일종의 고삐 같은 역할을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