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 서평

이 시대 욥에게 보내는 소망의 편지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링크 퍼가기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본문

00302ef93df8fbeda6118ef8ad8993d9_1750117819_7431.jpg

책_ 『오직 고통당하는 하나님만이』(비노스라마 찬드라  김종호 옮김)
글_ 김민철(언덕교회 넥스트목회교육연구소장)


 
 
 

하나님을 신실하게 믿어도 고난은 여전히 찾아온다. 작은 고난의 바람만 불어도 우리 인생은 휘청거린다. 견디기 힘든 고난의 큰 태풍이 불어오면 신앙의 뿌리마저 흔들린다. 그때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의문이 생기고 심한 경우 하나님께 버림받은 느낌이 든다. 그 상황이 번개처럼 지나가길 기대한다.

 

스리랑카 출신 성공회 평신도 신학자인 저자는 오직 고통당하는 하나님만이를 통해 이 시대의 욥에게 소망의 편지를 보낸다. 저자는 영국에서 원자력 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학자이자 국제복음주의학생회(IFES)에서 40년 넘도록 선교단체를 섬긴 사역자다. 사랑하는 아내를 암으로 떠나보냈고 그의 조국 스리랑카는 오랜 시간 내전을 경험했다. 이런 다양한 경험과 학문을 바탕으로 저자는 여러 각도로 꼼꼼하게 고난과 고통에 대해 말한다이 책을 번역한 김종호는 책이 출간되는 시점에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하나님 품으로 보냈다. 번역과 사별의 과정에서 번역자는 타인의 고통에 눈을 뜨고 고통에는 연대하게 하는 힘이 있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탄식하는 믿음을 가져라

 

저자는 1장에서 고통의 순간이 찾아올 때 탄식하라고 그리스도인들에게 권면한다. 불평과 원망의 탄식은 하나님을 불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경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하나님은 자신의 의심과 항의, 심지어 분노까지도 감당할 만큼 크신 분이다라고 주장한다(p. 35). 저자는 특히 탄식 시편들에 주목한다. 탄식시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친밀한 관계에서 나온다. 탄식시는 우리가 하나님께 언약의 약속을 상기하시고 개입해 달라고 호소할 근거가 된다(p. 36). 무엇보다 하나님의 무조건적 사랑을 깨달을 때 그 사랑에 의지하여 질문하고 도전하며 분노를 표출하고 탄식할 용기를 얻게 된다(p. 53).

 

한국교회 문화에서는 불행과 고통 속에서도 탄식하거나 의심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과 의미를 강박적으로 찾으려는 것이 성숙한 믿음의 모습인 양 여겨지곤 한다. 신앙과 실존의 위기가 찾아올 때 그리스도인이라는 체면 때문에 자신의 깊은 본심을 감춘다그러나 저자의 권면대로 오히려 그때가 하나님께 탄식할 때다. 하나님의 무조건적 사랑을 받는 자녀라면 감사와 찬양뿐만 아니라 실망과 분노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시편의 탄식시처럼 정직하게 탄식의 기도를 하나님께 드려야 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이시기 때문이다.

 

반성적 지혜로 욥기를 해석하라

 

2장에서 저자는 욥기를 언급한다. 그의 글은 마치 인과응보의 논리에 빠져 탄식을 주저하며 회개할 죄를 찾는 데 급급한 한국교회의 문화를 꿰뚫어 보는 듯하다. 욥의 친구들은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신명기적 사고와 지혜문학의 언약신학에 근거해 이야기했다. 하나님은 정의로우시며 의인에게 상을 주시고 악인을 심판하신다는 관점이다(p. 81). 저자는 이들과 대비해 욥을 보편적 신학 체계가 아닌 인간 경험의 다성적인’(polyphonic) 접근의 모델로 설명한다(p. 82). 즉 욥은 신학적 문제(욥의 친구들의 접근방법)를 넘어 실존적이고 관계적인 접근으로 하나님과 대화(탄식과 기도)하며 자신의 문제에 대한 하나님의 답(하나님의 사랑, 하나님의 지혜, 하나님의 정의, 하나님 개입의 특수성)을 듣는다(38-41). 마침내 욥은 친구들의 정죄와 손가락질 속에서도 하나님은 공의로우시지만 고난받는 자신은 무죄하다는 확신을 경험한다.

 

우리의 인생에서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공식은 없다. 이에 대해 송민원은 지혜란 무엇인가(감은사)에서 규범적 지혜’(하나님이 정하신 패턴)반성적 지혜’(패턴에도 예외 있음)로 설명한다. 욥기가 반성적 지혜의 모델이다. 친구들은 욥의 삶과 고난을 보며 그가 죄 때문에 고난받는다고 규범적 지혜로 접근했다. 반면 욥은 반성적 지혜로 하나님께 나아갔다. 이처럼 인생의 고난에는 많은 경우 패턴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부분이 많다. 마치 욥의 경우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타인이 보내는 고난의 시간을 함부로 단정 짓지 말자. 우리는 겸손하게 하나님 앞에 탄식하며 고난 속에 있는 타자를 공감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고난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 욥처럼 탄식하며 하나님께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 그럴 때 하나님을 향한 신뢰가 깊어지고 하나님을 더 의지하게 되는 경험을 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고난과 세상 만물의 고통에 동참하신다

 

그렇다면 우리가 고난 가운데 있거나 세상이 고통당할 때 하나님은 어떻게 하시는가? 저자는 3장과 4장에서 이 부분을 깊고 넓게 다룬다. 저자는 구약성경의 예를 들어 하나님의 고난을 설명한다. 하나님 백성의 우상숭배로 인한 인간성 상실 때문에, 그분은 고난받는 사람들과 함께, 그분의 백성을 위해 고통받으신다(p. 101). 이렇게 하나님이 고통받으시는 이유는 하나님이 자신의 백성과 맺는 언약적 신실함 때문이다(p. 98). 즉 하나님은 우리의 고난을 멀리서 지켜보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의 고난에 동참하시는 분이다.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우리의 고난과 우리의 죽음을 끌어안으셨다다른 한편 저자는 자연재해와 인간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하나님의 심판이나 교훈이 아님을 자연과학 이론을 통해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하나님은 전능하시지만 완전한 통제를 고집하지 않으시며 인간이 반응하고 협력할 여지를 남기셨다고 주장한다(p. 177). 예시로 2004년 인도양 쓰나미 사건에서 인간의 다양한 반응(희생자, 생존자, 구조자, 인간애를 발휘한 사람 등) 속에 자기희생적 사랑의 삼위일체 하나님이 함께 계셨다고 말한다(p. 179).

 

우리는 고난과 고통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막연함보다 그 속에서 느끼는 하나님의 부재가 더 두렵다. 하지만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로마서 8장에서 설명하듯이 인간의 고통과 피조물의 탄식을 들으시고 함께하시는 우리의 아버지이시다. 성경은 고난의 순간에도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와 함께 고통당하고 계심을 끊임없이 설명한다. 결국 우리가 고통당할 때 가장 굳게 붙잡아야 할 진실은 여전히 하나님이 함께하시며 우리의 고통에 동참하신다는 사실이다.

 

부활의 희망이 고난을 이긴다

 

그렇다면 고난 속에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기억하면서 우리가 품어야 할 소망은 무엇인가?

저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희생적 사랑과 하나님께 대한 온전한 순종이다. 부활은 예수님의 삶과 죽음의 방식이 궁극적으로 승리한다는 사실을 보증한다(p. 188). 하나님의 행위인 부활 사건이 기독교적 소망의 기초다. 부활은 하나님이 역사 가운데 하실 것을 예고하고 보증한다(p. 189). 그리스도인들은 희망적인 사고를 맹목적으로 가지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과 역사적 사건에 근거해 소망을 확신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현재 창조 질서 안에서 하나님 나라의 통치를 기대하고 새롭게 창조하실 질서를 바라는 소망으로 살아야 한다(p. 211). 이때 그리스도인은 어두움 속에서도 인내하며 소망의 끈을 잡을 수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부활 신앙은 우리 믿음의 시작과 끝이다. 모든 희망이 산산조각 나고 하나님이 침묵하시고 악이 승리한 것처럼 보이는 고난 한복판에 머물 때 역설적으로 부활의 경이로움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인생에 고통의 바람과 고난의 태풍이 몰려올 때 오히려 부활 신앙은 정직하게 탄식하게 하고,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도록 하며,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품게 만든다이 책의 장점은 저자의 의도대로 애통함과 기쁨, 믿음과 의심, 명확성과 모호함이 우리의 삶에 혼재되어 있음을 잘 보여 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의 신앙과 현실의 경험이 상반되거나 우리의 믿음과 현실의 기대가 어긋날 때 느끼는 좌절과 낙심의 이유 및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해결책은 정직하게 하나님 앞에서 탄식으로 올리는 기도이며 고난은 인과응보가 아닐 수도 있다는 현실 인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고난의 순간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고통당하시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과 부활이 우리에게 소망의 근거가 된다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1장의 탄식하는 믿음과 2장에서 하나님을 향한 욥의 태도였다. 성숙한 믿음을 가진 한국의 그리스도인이라면 고난이 왔을 때 하나님께 불평하면 안 되고 오히려 고난당함이 내게 유익이라고 고백해야 한다. 하지만 욥의 이야기처럼 모든 것이 인과응보의 사고방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죄로 인해 고난을 겪으면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의 고난이 죄 때문으로만 오지 않는다. 바로 이 책은 그 과정을 자세히 성경적이며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이 책은 읽기 쉬운 책이 아니다. 읽다 보면 자신이 경험한 고통의 잔재를 마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론 고난에 대해 더 많은 의문과 질문이 생길 수 있다. 이때 고난에 대한 실존적 경험을 정리하자. 저자와 번역자가 그랬듯이 이러한 과정은 나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애도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특히 청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고난이 찾아올 때를 대비하는 예방 주사로 좋다. 또한, 자신이 직면한 고난의 이유를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깊은 생각의 기회가 된다. 고난 중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위로할지 모르는 사람과 고난 가운데 있는 이웃에게 이 책을 선물하자.

 

작년 여름 사랑하는 아내가 암 투병 중 급작스럽게 하나님 품으로 갔다. 나의 자녀들은 엄마의 부재로 인해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이 책은 여전히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하시고 우리를 인도하신다는 사실을 경험하는 데 있어서 좋은 나침반이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경험하기 위해서 좋은 나침반이 될 것이다. 그리고 부활의 소망을 품고 날마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으로 살아갈 것이다. 언젠가 천국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김민철 목사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과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문화교차학)을 졸업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 코치와 넥스트목회교육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강의를 통해 일반기관과 교회를 섬기고 있다.


 
IVP 2025-06-17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