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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하나님’이 너의 인생길에 함께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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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_ 『하나님은 너무 어려워』 (송미현 글 ·그림) 
글_고낙임 (IVF 미디어사역부 대표간사)


 
이 책은 신학을 전공하고, 남편이 목회자인 저자가 아들 ‘루아’를 키우면서 경험한 신앙 교육의 여정을 담은 만화 에세이다. 앙증맞은 판형과 귀여운 그림의 표지를 보고 처음엔 IVP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아닌 줄 알았다. 이런 저자를 어떻게 발견했는지, 한뼘 더 넓어진 IVP의 새로운 시도가 반갑다.  
 
주인공 ‘루아’는 목회자 자녀이면서 교회 부속 어린이집을 다닌 성장 배경 때문인지 성경에 대한 기본 지식이 또래를 웃도는 아주 똘똘한 아이다. 하지만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친구들이 식사 기도를 하지 않는 모습에 신앙의 다름을 고민하고 (‘기도하는 게 쑥스러워’ 편), 지옥에 갈까 봐 두려워하는 모습은(‘엄마, 나는 지옥에 갈까?’ 편) 순수한 동심 그 자체다. 

루아는 엉뚱하고 당혹스럽게 느껴지는 질문도 한다. ‘사람들이 천국에서도 이렇게 쓰레기를 버리면 어떡하지?’ ‘열두 제자는 왜 남자밖에 없어?’ 이런 질문에 루아의 부모님은 지식을 주입하거나 훈계하기보다 먼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목회자 자녀로서 아이가 갖게 될 무거운 책임감이나 어떠한 족쇄로부터 아이를 지켜 주고, 아이가 스스로 자유롭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절대로 쉽게 정답을 주려 하지 않는다. ‘삼위일체’나 ‘하나님의 뜻 분별하기’ 같은 설명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함께 생각해 볼까? 루아는 어떻게 생각해?’ 이렇게 질문을 던지며 아이의 생각을 이끌어 낸다. 모르면 모른다고, 부부가 의견이 다르면 다른 대로 아이 앞에 솔직한 모습으로 선다. 아이와의 신앙적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탁월한 정답이나 이상적 수준의 모범 제시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 존중감을 얻고 양육자를 신뢰하며 그로 인해 하나님을 향한 믿음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위로를 받았다.

목회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기독교가 점점 ‘가족 종교화’ 되고 있다고 한다. 기독 청소년 중 부모 한 명이라도 교회를 다니는 비율이 86퍼센트다. 반면 자녀의 신앙 교육에 에너지를 쏟는 부모는 14퍼센트이며, 특히 3040세대 부모들에게서 그 비율이 확연히 떨어져 향후 한국 기독교 신앙 계승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분석한다. 가장 큰 이유는 부모 스스로 기독교 신앙에 대한 확신 혹은 지식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데, 그런 부모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비록 자녀가 어느 순간 ‘내 생각은 달라요!’ ‘난 그런 신앙생활 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맞서는 순간이 오더라도 자녀의 생각을 존중해 주며 스스로 답을 찾을 때까지 옆에서 든든히 지켜 주는 것, 그것이 한 영혼을 맡은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부모가 가져야 할 태도 아닐까. (물론 언젠가 닥칠 자녀의 신앙 반항기는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아이의 신앙적 질문에 부모가 늘상 하나님을 변호할 수 없고, 사실 그런 능력이 부모에게 있지도 않다. 

또 자신만의 신앙을 갖기 위해서 답하지 못할 질문 앞에 아이가 머물러야만 할 때도 있다. 그걸 알기에, 거리낌 없이 나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지금 시기에 하나님을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이해하도록, 그분께 안전하게 다가서도록 도와주고 싶다”(47쪽).



이 책을 덮으며 루스 마를레네 폭스(Ruth Marlene Fox) 수녀의 기도문이 생각났다. 기도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쉬운 대답과 반쪽 진리, 피상적 관계에 대한 끊임없는 불편함으로 복 주시기를, 그래서 우리가 과감하게 진리를 찾고 우리 마음속 깊이 사랑을 추구할 수 있기를….” 관성적으로 ‘하나님’ ‘예수님’을 빈칸 채우듯 소환하는 쉬운 신앙이 아니라 때론 고통을 주시는 어려운 하나님도 만나고,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가기도 하는 곤란한 신앙의 길을 우리 아이들이 헤쳐 나갔으면 좋겠다. 그래야 진정으로 넓고 깊은 하나님의 사랑을 맛보게 될 테니까.  

“하나님에 대해서만 알아 가다가 인간과 타인을 향한 이해를 놓치지 않는 아이가 되길. 

사람에 대해서만 이해하다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창조의 섭리를 잊지 않는 아이가 되길”(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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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왜 날 아프게 하신 거야?’ 중에서



 

IVP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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