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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삶을 연결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을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복음주의적 이정표(박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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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순영

 『읽는다는 것』강영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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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안 교수의 읽는다는 것(IVP)을 정독했다. 방대한 독서의 범위 안에서 읽기의 의미와 본질, 특히 삶의 실천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 또 이와 관련된 그리스도인의 삶을 본격적으로 파헤친 저술로, 방향과 목표에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이정표를 마련해 주는 책이었다.

 

동서양의 많은 고전 문헌과 철학 이론을 논거로 끌어들였지만, 종교다원주의에 빠지지 않고 복음주의 노선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저술 태도는 저자의 평소 신앙고백을 그대로 보여 준다. 이런 관점은 7장과 10장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강 교수 자신의 신앙고백이어서 읽기라는 주제가 아니더라도 현대의 반종교적 다문화시대에 살고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외치는 신앙의 고백으로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현대판 통역자-해석자(Hermeneus), 말하자면 신과 인간 사이에서, 양쪽을 모두 잘 알고 있는 번역자일 것이다.

 

2008년 퇴직 후 내 관심은 사람은 왜 변하지 않는가? 삶의 의미와 가치를 확인하고 긍정하고 확신하면서도 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가를 추적하는 것에 있다. 책의 표현을 빌리면 성경을 읽은 대로 왜 그렇게 살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이다. 플라톤은 국가7권에 제시한 동굴의 비유에서, 어두운 동굴을 나와 진리의 세계로 인도할 혼의 전환을 기획하고, 이 전환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데 도움을 줄 교과를 제시한다. 그것이 오늘날 교양교육의 토대가 된 과목들인데, 그것이 과연 혼을 더 높은 곳으로 향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나의 이런 관심과 맞닿아 있기에 더욱 이 책의 논의를 진지하게 따라가 보았다.

 

서양철학은 향하여 보는 것에서 시작했다면 기독교는 듣는 것에서 완결되는데, “성경 읽기와 삶의 거리를 어떻게 좁힐 수 있는가를 다룬 읽는다는 것9장은 무수히 듣기에  주력하고 있다. 보기(읽기)만큼, 그보다 더 듣기(horchen, Gehorchen, 聽從)에 주목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책 전체의 방향에서 볼 때 우리들교회의 묵상 방식을 소개하는 것은 예시로만 이해되었고, 오히려 다른 논의에 무게가 더 실렸다. 이 책 자체로는 일정 학습 수준을 갖춘 사역자에게 적합하지만, 워크숍 등을 통해서 평신도에게 습득되어야 할 그리스도인을 위한 필수 교양이자 신앙 교육 도구이다. 만약 내가 이 책을 좀 일찍 알았더라면 작년에 내게 맡겨진 우리 교회의 신임 권사 교육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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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법 전통을 통해서 본 성경 읽기와 묵상




책의 내용을 다시 천천히 정리하고 있다. 성도들에게 실제 교육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모아보고 있다. 특별히, 책에 제시된 추천 도서들은 성숙한 신앙인을 교육하기 위한 참고 도서로, 이 책 읽는다는 것  필독서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창궐하는 코로나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미국에 있는 저자가 모쪼록 건강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곧 만나 웃으며 이야기 나눌 날을 기다린다.



박순영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IVP 202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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