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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기 사막 수도사가 만들어 전해 준 오래된 목록(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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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하『죽음에 이르는 7가지 죄』확대개정판 서문



8년 전에 출판된 책이 그동안 8쇄를 찍었다고 한다. 부족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읽힌 듯해서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확대개정판을 내면서 이 책이 오랫동안 읽혀 온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이 책의 주제 자체가 가진 힘 덕분인 듯하다. 4세기 사막 수도사가 만들어 전해 준 이 오래된 목록은, 내면의 욕망과 그것을 부추기는 유혹에 맞서 싸우며 하나님과 조금이라도 가까이 살고자 애쓰는 21세기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cf9fab2fef58d7e7a126c01461ea4219_1596678901_58.jpg 현대적 관점에서 재조명한 7대죄와 성화의 길



코로나19로 세계가 공포 가운데 있는 요즘, ‘허영에 대한 장을 추가하여 죽음에 이르는 7가지 죄를 새롭게 출판하는 것이 적절할지 고민이 되었다. 전염병과 죽음의 공포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과 성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보다는, 오히려 죄의 심연을 바라보게 하여 더 큰 절망에 빠뜨리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세가 잠시 주춤했던 지난 5월 어느 날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몇 달 동안 정상 운영을 하지 못했던 공항 면세점과 백화점에서 실시한 명품 세일에 무수한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줄지어 대기하다가 문이 열리자 우르르 들어가는 모습이 보도되었다. 질병의 위험과 죽음의 두려움도 허영심을 잠재울 수는 없는 듯했다. 오히려 허영은 억눌려 있었을 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죄를 말하는 것과 사람에게 소망을 주는 것은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새삼스레 했다. 키르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죄를 깨닫고 절망하는 것이 소망을 꺾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망을 주는 출발점이 된다고 하였다. 질병과 경제적인 문제로 역경에 처해 있는 이 시대의 진짜 문제는, 역경 속에서도 여전히 죄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는 인간의 부패와 죄, 그리고 그로 말미암는 욕망이다. 이러한 이유로 확대개정판 출간의 적절성에 대한 고민을 털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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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처음 출간할 때부터 허영에 대해 쓰고 싶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처음으로 이 주제를 다룬 책을 쓰면서 7대죄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여 허영은 남겨 두었다. 4세기 사막 수도사들이 만든 목록에 수록되어 있던 허영은 교회 전통에서 1,500년 이상 전해져 내려왔지만 20세기를 넘어오면서 7대죄 목록에서 사라졌다. 이러한 이유로 허영은 잊혀진 악’(forgotten vice)이라 불린다. 그렇지만 그 해악성은 다른 대죄들보다 결코 덜하지 않으며, 여전히 실제적으로 강한 유혹으로 작용하여 그리스도인들을 넘어뜨린다. 이번 확대개정판에서는 잊혀 있던 악인 허영에 대한 연구를 마침내 추가함으로써, 원래 계획했던 대로 초기 사막 교부들이 전해 준 죽음에 이르는 7가지 죄목록을 온전히 담았다. 이 책이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죄를 다시 바라보게 하고 절망하게 하고 그리고 다시 소망을 갖게 하는 작은 씨앗이 되면 좋겠다.


이번 판은 허영: 사라질 광채장을 새로 추가한 확대판의 성격이 강하다. 책 전체를 다시 읽고 다듬고 교만장의 일부분은 생략하는 등의 개정은 했지만 책의 내용은 거의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그대로 두는 게 더 낫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읽으면 오해나 실망이 좀 덜할 것 같아 여기서 밝혀 둔다. 초기 사막 수도사들의 오랜 교훈과 지혜를 담은 이 책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지혜와 가르침으로 작용하여 신앙 여정에 자그마한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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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이르는 7가지 죄 확대개정판 서문을 편집한 글입니다.

 


IVP 2020-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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