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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를 채워 주는 공동체를 위하여(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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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영 

책 : 『내향적인 그리스도인을 위한 교회 사용 설명서』 애덤 맥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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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인기 있는 성격 테스트는 아무래도 MBTI가 아닌가 싶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에게 MBTI를 묻기도 하고, 여러 사람 앞에서 자기를 소개할 때에도 MBTI 결과로 자신의 성격을 표현하기도 한다. 나는 이 테스트에 크게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새로 속하게 된 공동체에서도 MBTI 결과를 공유하며 모임을 시작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MBTI 테스트를 하게 되었다. 나의 결과는 ‘ESFP’, 한마디로 굉장히 사교적인 사람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나는 굉장히 활동적이며, 외향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기는 사람으로 평가되었다. 모든 설명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나는 외향적인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부목사의 아내로 살아가면서, 나는 나의 성격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리게 되었다. 사회적으로는 외향적일 수 있으나, 교회 안에서는 내향적인 사람으로 말이다. 사실 예배 시간에 다른 성도와 인사하는 것이 쑥스럽다. 또한 많은 사람이 참석하는 2부 예배보다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어 고요한 분위기의 1부 예배를 선호한다. 소그룹 모임 등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모임을 하면 최선을 다해 참여하고 오기는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그게 내가 가진 성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분주한 일상을 보내는 가운데 나는 스스로의 충전을 위해, 집에서 혼자 말씀을 보고 신앙 서적들을 읽으며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일주일 중에 이틀 정도는 꼭 이런 시간을 확보하는데, 이 책에 나오는 내향적인 그리스도인의 정의를 읽으며 무릎을 쳤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다니. 알고 보니 나는 매우 내향적인 사람이었는데, 나 스스로를 잘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내향성이란 그저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거나, 수줍음을 많이 타거나,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란 뜻이 아니기에, 저자는 내향적인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보고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한 ‘건강한 내향성’에 주목한다. 내향적인 그리스도인이 그들에게 자연스럽고 편안한 방법으로 교회를 사랑하고, 공동체 안에 스며들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교회의 모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제안들을 준다. 


우리는 모두 다 다른 모습, 다른 성격으로 지음 받았다.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향성과 외향성은 사람들을 나누는 범주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각 사람의 내면에 작용하는 두 개의 구별된 힘에 관한 것이다.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다 같은 성격을 지닌 것도 아니다.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을 구별하자는 것이 아니며, 내향적인 사람의 모든 면을 다 이해하자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외향적인 사람이 교회 안에서 늘 잘 지내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내향적인 사람이 반드시 부적응자인 것처럼 단정 지어 말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이 교회라는 공동체 안에 잘 적응하고,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건강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으려면 서로에 대한 ‘앎’이 필요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청년 시절의 나 자신을 위로했다. 당시의 나에게는 스스로 공동체 안에서 버텨 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이민 교회 안에서 잘 정착하고,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성장하고 싶었다. 그러다 10년 만에 귀국한 뒤에는, 낯선 교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나는 내가 가지지도 않은 에너지를 모두 쏟아 내어 가며 공동체에 스며들고자 했다. 사실 돌아보면 그 과정들이 참 힘들었는데, 스스로 이겨 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스스로를 더 다그쳤던 것 같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올바른 신앙관이 정립되기도 전에, 그저 함께하고 싶던 공동체 생활에서 버티려고 노력하다 지쳐 버렸던 어린 날의 나에게 수고했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성격과 모습 그리고 은사대로, 교회 공동체 안에서 우리의 길을 잘 찾아내어 가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저자의 말대로 교회 안에서 우리의 자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사를 발견하도록 깊이 하나님을 묵상하고, 마음을 하나님으로 채우는 것이 우선이 되기를 원한다. 우리는 모두 다르기에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 대신, 서로가 가진 은사로 서로를 채워 주며 공동체 가운데로 들어가야 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으신 그 목적대로, 가장 자신다운 모습으로 공동체 생활을 이뤄 나갈 수 있도록 모든 그리스도인과 교회를 응원한다. 이 책을 통해 그 여정이 시작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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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은 <뉴스앤조이>X IVP 서평단 이벤트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된 글입니다 - 편집자    

IVP 202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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